이청준 - <눈길>
<눈길> 이청준
제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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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내용 |
갈래 |
단편소설, 귀향형 소설 |
길이가 비교적 짧은 단편 소설이며, 도시를 생활의 터전으로 삼은 인물이 고향에 가서 어떤 사건을 통하여 갈등이나 인간적인 화해를 겪는 구조 |
성격 |
회고적, 상징적, 서정적 |
현재의 이야기와, '나'와 어머니가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다양한 소재가 소설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으며, 어머니 혼자 눈길을 되돌아오는 장면에서는 서정성이 드러난다.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주인공인 '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시점으로, '나'의 내면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냄 |
구성 |
액자식 구성, 역순행적 구성 |
외부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고 내부 이야기는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또한 현재와 과거가 교체되는 역순행적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
이청준 (李淸俊, 1939 ~ )
소설가. 전남 장흥 출생. 서울대 문리대 독문과 졸업. 1965년 제 7회 <사상계> 신인 문학상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소설가로 등단. 현실과 이상의 괴리, 인간의 심리적 내면적 고통을 형상화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 <당신들의 천국>,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소문의 벽>, <매잡이>, <조율사>, <자유의 문>을 비롯한 많은 소설집이 있으며, 작품에 ‘병신과 머저리’ , ‘소문의 벽’ , ‘이어도’ 등 다수가 있다. 관념과 지성의 깊이, 그리고 한의 정서를 독특하게 그려낸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로 손꼽힌다.
1. 이청준의 문학 세계
이청준 소설 세계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이다. 주제와 소재 뿐 아니라 소설적 방법도 다양하다. 이청준은 ‘신발 가게에 진열된 신발처럼 문학도 다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은 각기 그 나름의 다른 모습과 크기의 정신으로 살아가며, 그들은 각기 자신에게 알맞은 가지 정신과 삶의 신반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다양성은 이 작자가 삶과 세계를 보는 관점이 다양함을 뜻하는 것이며, 이것은 삶과 세계에 대한 기성의 관념을 거부하고 새로운 관념을 부단히 탐구하는 그의 작가적 태도와 관련된다.
하나. 복수의 문학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정상적인 생존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주제로 한 작품을 다수 발표하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소문의 벽’, ‘조율사’, ‘황홀한 실종’, ‘가면의 꿈’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작품에서는 한 개인의 고통과 절망을 통해 드러내고 증거해야 할 외적 세계의 억압적 요인이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액자 소설 형식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한결같이 광기와 허기, 불안과 피곤, 외로움 등에 사로잡혀 있다. 작중 인물들의 광기는 바로 사회적 억압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의식의 왜곡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작가의 관심은 이들의 고통과 파탄이 진행되는 과정에 있으며, 주인공들은 냉정하고 치밀한 방법으로 그 개인의 의지를 방해하고 좌절하게 한 상황과 타인에 대해서 복수를 감행하는 것으로 그린다.
둘. 고향의 문학
이청준의 작품에서 고향은 찾아가지 않을 수 없지만, 찾아가는 일이 견딜 수 없이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세계를 나타낸다. 15년 만에 고향 땅에 들어선 작가에게 고향의 이미지는 순수함과 아름다움으로 때묻지 않은 것으로 비추어진다. 이렇게 때묻지 않은 공간에 들어서면서 작가는 의식이 맑게 지워지는 가운데 일종의 텅 비어 버린 느낌을 갖게 된다. 이 텅 빈 느낌의 정체는 일상의 유용성과 부대낌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얻게 되는 사심 없는 관조이다. 그러나 이러한 순수하고 숭고한 속성을 가진 고향은 작가를 두려움과 부끄러움에 젖게 만든다. 이는 자신의 왜소함과 초라함에서 오는 것이다. 고향에서 주인공들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자신이 제대로 된 삶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반성하게 된다. 1975년경 고향 방문과 같은 시기에 쓰여진 작품 ‘눈길’과 ‘선학동 나그네’는 모두 고향이 간직한 비밀스러움, 즉 순수한 형상의 존재를 체험한 뒤에 쓰여진 것들이다.
셋. 종교와 정치의 문학
이청준의 소설은 정치적이면서 또한 종교적이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이청준의 많은 소설들은 모두 정치적인 것을 거부하는 듯하고, 역시 어떤 종교적인 것에도 쉽게 동의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이 정치적이라는 것은, ‘비화밀교’에서 말하는 작가의 표현을 그대로 따른다면 ‘가시적인 현상’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보이지 않는 힘과 힘의 질서’에 대해 끈질기게 달려든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는 인간 정신의 가장 근원적이 종교 혹은 제의에 관심을 돌리면서 보다 근본적인 것에 관심을 보이는데, 인간 사이의 관계에 집중적인 조명을 할 경우 그 관계의 기본 구조는 지배와 피지배의 정치학, 그리고 이에 걸맞는 종교학의 발생을 보게 되는 것이다.
넷. 삶과 죽음의 문학
그는 삶의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신비로운 인생의 탐구에 집착하지만, 그 구원의 단서를 허구적인 환상이나 이데올로기에서 찾지 않고, 순수하고 원형적인 인간의 본질 가운데서 찾고 있다. ‘시간의 문’ 전후로 발표된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죽음’은 상징적인 존재로, 원형적인 생명의 바다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그의 문학 세계의 하나의 분기점을 이루면서, 고향에서 느끼는 따뜻한 모정과 산업화된 사회의 비인간화된 문제를 날카롭게 대조시킨 ‘눈길’의 경우도 그러하다. 여기서 눈길 속의 동행은 상징적으로 죽음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는 듯하나, 또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도시의 황폐함, 모든 현실을 초월한 향기롭고 따뜻한 사랑이 머무는 생명의 바다라고 할 수 있다.
2. 이청준의 또다른 작품들
하나. 당신들의 천국(1968, 신동아)
나환자들의 집단 거주지인 소록도를 무대로 삼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5․16 군사 혁명이 있은지 얼마 뒤 군복 차림으로 소록도 병원의 원장으로 부임해 온 조백헌 대령이다. 그가 나름의 열의와 진정을 가지고 소록도를 나환자들의 천국으로 꾸미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우여곡절이 소설의 얼개를 이루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자유와 사랑으로 이루려 하는 ‘천국’의 개념 위에 성한 사람과 나환자 사이의 운명의 간극을 얹어 놓음으로써 ‘당신들의 천국’아 아닌 ‘우리들의 천국’을 향한 근원적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둘. 매잡이(1968, 신동아)
사라져가는 전통을 고집하다가 죽어 가는 곽돌이라는 매잡이의 기이한 삶을 그리고 있는 액자식 구성의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소설을 쓴다고 하면서 한 편도 쓰지 못하는 민태준과 사냥을 하지 못하게 된 매잡이 곽돌이가 등장한다. 이들은 진정한 장인의 세계를 고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진정한 장인적 가치를 고집스럽게 추구하지만, 현실은 그들을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민태준을 통하여 소설을 쓰지 못하게 만든 시대 상황을 암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즉 장인 정신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현대 사회의 불구성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셋, 병신과 머저리(1966, 창작과 비평)
동인 문학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50년대 전후 소설의 허무주의적이고 난삽한 작품 세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품이다. 수술 실패로 어린 소녀를 죽게 만든 뒤 돌연 병원 문을 닫고 매일 술을 마시며 느닷없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형과, 의지의 모습으로 신을 위협하는 인간의 얼굴을 그리고자 하지만 둥그런 얼굴 윤곽만 그리고 더 이상 그리지 못하는 화가인 동생의 대립이 작품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작가의 감정 개입이 거의 없는 문체와 액자 소설 양식 등의 형식적 완결성이 이후의 작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넷. 선학동 나그네(1979, 문학과 지성)
이 작품은 삶의 한을 소리라는 예의 세계로 승화시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재 이야기와 과거 이야기의 중층 구조로 짜여 있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예를 추구하며 떠돌이로 일생을 산 소리꾼 부녀나 그들을 잊지 못해 회한에 젖어 사는 나그네는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 한이 애간장을 끊을 듯한 판소리로 승화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 작품은 한 서린 삶의 예술적 승화를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특히 여자의 소리에 의해 비상학이 재현되는 대목에서 삶과 예술의 절묘한 어우러짐을 목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