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만난 세계/15.08.05-15.08.08 대만

푸퉁푸퉁 타이완 둘째날(08/06) 여행기 - 지우펀

영혼의환 2015. 8. 17. 15:15

1. 지우펀 입구가 어디요?

지우펀에서 내리면 어디로 갈 지 막막하다. 지우펀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이정표는 꼬불꼬불한 길들과 더불어 어디가 어딘지 더욱 헷갈리게 한다. 지우펀으로 가는 시장통과 입구는 편의점 바로 옆에 있다. 하필이면 그 입구는 너무 좁고, 입구 바로 옆엔 화장실이 너무나 크게 있어 입구는 마치 화장실 입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당신이 편의점을 찾았고, 편의점을 바라 볼 때 오른편에 화장실이 있다면, 주저없이 거기로 가자. 그러면 놀랍게도 좁은 골목에 수많은 사람드링 드나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거기가 지우펀으로 가는 길이다.


지우펀 입구의 버블티 가게

지우펀으로 가는 입구를 못 찾아 언덕 아래로 내려간 나는 저 가게에서 쩐쭈나이를 하나 사먹으며 길을 물었다. 영어가 유창한 여점원은 나에게 친절하게도 편의점 옆 골목으로 들어가라고 알려줬다.


2. 지우펀 시장의 풍경


지우펀 입구 가게 간판에 비친 내 모습


지우펀 입구의 시장

어마어마한 인파가 저 좁은 골목에서 움직이고 있다. 천천히 가게 하나하나를 보고 싶었지만, 인파에 휩쓸려 앞으로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의 여행지들에선 중국어와 간간히 한국어가 들렸다면, 지우펀에선 일본어가 정말 많이 들린다. 점원들도 일본어로 호객행위를 할 만큼 지우펀엔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센", "치히로"라는 단어들에서 내가 제대로 찾아왔음을 느낀다.


아주 땅콩 아이스크림 롤

지우펀의 먹거리 명물이라는 아주 땅콩 아이스크림 롤. 먹고 나서야 가이드북에도 소개된 유명한 음식이란 걸 알았다.

아주 얇은 전병 안에 아이스크림 두 스쿱과 땅콩 가루를 싸서 준다. 달콤한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땅콩 가루, 그리고 전병이 만나 쫄깃하면서도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센과 치히로에 나왔을 것만 같은 살 찐 고양이


지우펀 시장 골목의 풍경 2


먹지는 않고 사진만 찍은 음식

처음 여행을 떠날 땐 뭐든 먹어보겠다 다짐했지만, 본래 식탐이 없는 탓인지 먹지는 않고 사진만 찍은 음식들이 너무 많다. 이제와선 왜 먹지 않았는지 후회 투성이다.

3. 지우펀, 그리고 만남


점점 나타나는 그 유명한 장소

지우펀의 골목은 정말 비정성시의 모습 그대로를 담고 있다. 좁은 골목, 골목 위로 어지러이 지나가는 전깃줄, 홍등, 그리고 담쟁이 식물까지. 마치 아시아의 문화가 혼재된 대만의 모습처럼 지우펀도 이것저것 어지럽게 혼재되어 있다.


지우펀. 혼란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

지우펀. 혼란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


지우펀. 혼란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


지우펀. 혼란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


지우펀. 혼란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

지우펀에 도착한 것은 약 5시 30분. 6시 34분이면 일몰이 시작된다는 아이폰 날씨 어플의 정보를 믿고 해가 질 때까지 문 닫은 가게의 벤치에 앉았다. 지우펀의 하늘에선 여느때의 대만 하늘과 마찬가지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우연히 나처럼 혼자 온 한국인을 만났다. 해가 지고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린다는 이 분과 대화를 나누다 혼자 온 여행의 단점인 "내가 나온 사진이 없다."라는 푸념을 서로 늘어놓다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타이베이까지 같이 다니기로 했다. 혼자 온 여행의 재미 중 하나는 이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친해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천 사는 사람과 대구 사는 사람. 살면서 평생 마주칠 일 없던 사람들은 그렇게 지우펀에서 만나 같이 다니기로 했다.

4. 지우펀에 내리는 비
해가 지고 사진을 찍을 때까 되자 지우펀의 하늘은 예사롭지 않은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태풍의 시작이 아닌가 걱정되는 비였다. 우산을 들고 사진을 찍고, 타이베이로 돌아가려고 할 때, 굵은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다. 여행에서 만나는 비는 늘 걱정을 가져온다. 특히나 태풍이 예고된 대만에선 더더욱. 그러나 비가 여행의 운치를 더하기도 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들도 이 비 덕분에 얻을 수 있었다.

태풍이 온 것이라 믿을 만큼 굵었던 빗줄기


비 내리는 지우펀


비 내리는 지우펀

소니 A7이 아니라, 아이폰5로 찍은 사진. 아직 미숙한 사진사인 나는 늘 장비 탓을 했는데, 역시 사진은 장비가 아니라 사진사의 시선이 문제였다. 이 굵은 빗줄기마저 운치를 더한다고 생각하며 찍은 순간, 내 인생샷이 탄생했다.


비 내리는 지우펀


5. 타이베이로 돌아가다. 시먼띵.

타이베이로 돌아가는 길은 험난했다. 도무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비를 뚫고 중국인 관광객을 따라 갔더니, 그들의 목적지는 자신들의 단체 관광 버스 정류장이었고, 구글 지도의 GPS는 미쳐날뛰기 시작해 우리 위치를 정확히 잡지 못 했다. 결국 왔던 길을 다시 따라가 겨우겨우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결국 버스 한대를 보내고 30분 뒤에 온 버스를 타고 밤거리의 시먼띵으로 향했다.


시먼띵에서 하프를 연주하는 여인

저 비싼 하프를 길바닥에 가져나오다니! 무슨 자선 연주였다.

시먼띵의 거리는 우리네 시내와 다르지 않았다. 보행자 전용 도로와 각종 상점들, 거리의 공연들. 모든 것이 익숙한 풍경이었다.


6. 곱창 국수

시먼띵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은 것은 곱창 국수였다. 이미 10시가 된 시간. 저녁도 뛰어넘은 우리는 배가 너무 고팠다.


곱창 국수 비주얼

곱창 국수는 특이하게도 숫가락으로 퍼서 먹는다. 진짜 곱창과 푹 삶은 면을 숫가락으로 떠서 먹는다. 의자와 테이블도 없어서 길거리에 서서 먹는다.


곱창국숫집 전경


곱창 국수에 넣어 먹는 소스들

곱창 국수를 받으면 꼭 오른쪽으로 돌아서라. 그러면 당신의 앞에 소스통이 보일 것이다. 소스는 셀프다. 처음엔 이걸 몰라 곱창 국수를 그대로 먹었다. 느끼했다. "나는 곱창이다!!!"라고 외치는 맛이 확 느껴졌다. 국수를 좋아하고 고기도 좋아하는 나에게도 "이건 내 취향은 아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러나 2/3쯤 먹었을 때 발견한 소스를 넣으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칠리 소스 두 숫갈, 갈릭을 한 숫갈 넣으니 딱 내 입맛에 맞는 곱창국수가 탄생했다. 단, 칠리 소는 취향에 따라 조금만 넣을 것! 칠리 소스는 정말 맵다. 아주 작은 한 숫갈을 넣어도 충분히 간이 맞다. 매운걸 좋아하는 나에겐 두 숫갈이 맞았지만, 일반인들은 한 숫갈이어도 차고 넘칠 듯.


7. 삼형제 망고 빙수


삼형제 망고 빙수의 비주얼

타이베이 3대 빙수 맛집 중 하나인 삼형제 망고 빙수. 특히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곳. 이곳의 망고 빙수는 전날 먹은 스무시 망고 빙수보다 진득한 망고의 맛이 강햇다. 스무시가 산뜻한 맛이라면, 이곳의 망고 빙수는 진한 과일 맛이다. 가격은 스무시보다 훨씬 저렴했다.


삼형제 망고 빙수 가게 모습

여기저기 한국어 낙서가 보인다. 아니, 정확히는 한국어 낙서가 가장 많았다. (특히 저 동부화재....)


8. 레몬하우스. 레몬이라매! 레몬이라매!

삼형제 망고 빙수 바로 옆에 있던 레몬하우스. 열대과일을 갈아서 음료로 만들어주는 집이다. 호기심과 길게 늘어선 줄을 믿고 우리도 하나 주문했다.


레몬하우스 가게 모습


정체를 알 수 없는 열대 과일

문제의 그 열대과일 주스

레몬이라매! 레몬이라매!!!!!!!!!! 레몬하우스란 이름에서 상큼한 과일을 떠올렸건만...... 완벽하게 예상을 벗어난 맛이었다. 첫맛은 분명 달콤한데, 음료를 입에 삼키는 순간, 한약의 뒷맛이 난다. 어떻게하면 이렇게 이질적인 맛이 한 과일에서 공존하는지! 잘 통하지도 않는 언어로 겨우겨우 주문했는데... 중국어 선생님에게 카톡으로 "이게 대체 뭐요?" 라고 물었더니, "그거 가게 이름은 레몬인데, 파는 과일은 완전 써요. 한국인에겐 안 맞는 맛이에요."라고 한 시간 뒤에 답이 왔다... 이런....#$%^&**^%$#@

어째든 그렇게 시먼띵까지 둘러보고 둘째날의 일정도 끝났다. 더욱 규모가 커진 태풍이 다가오고 있는 셋째날엔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