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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돼요. “요즘 어떤 차가 좋아요?” 사실 좀 난감합니다. 이 질문에 어떤 사람이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있을까요? “예산은 얼마나 돼요? 출퇴근 거리는요? 주로 몇 명이나 태울 건가요? 여자친구? 아내? 장인장모? 아기는 있어요? 가질 계획인가요? 겨울에 스키는 종종 타러 가요? 캠핑?” 당장 생각나는 질문만 해도 이렇게 많아요. 그러다 며칠 후에 ‘요즘 제일 인기 있다는 그 차’를 계약했다는 전화가 걸려오죠. ‘자동차는 일단 타 보는 게 정답’이라는 말도 별 의미는 없어요.
대리점에서 몇 박 며칠로 차를 빌려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몇백 미터 시승해보고 차를 사라는 건 말도 안 되죠. 그렇다고 매체 시승기를 믿을까요? 기자 열 명이 쓴 시승기는 열 개의 아주 다른 글이에요.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같다면 그건 기자가 쓴 시승기가 아니라 업체가 뿌린 보도자료가 분명하고요. 두 종류의 자동차를 두고 고민할 땐 모니터에 포털사이트의 제원을 띄워둬요. “A가 더 좋다고? B가 토크는 2kg.m 더 높은데? 그럼 더 빠른 거 아냐?” 이쯤 되면 거의 신경쇠약 아니에요? 2kg.m의 토크를 일상생활에서 느낄 일은 없는데도. 그 숫자만으로 추론할 수 있는 성능상 정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되죠? 하지만 일단 접할 수 있는 정보 또한 그뿐이니, 배기량과 마력, 토크와 연비까지 온갖 숫자들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일단 이렇게 설명할게요. 팔씨름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모든 힘이 다 좋은 건 아니에요. 팔씨름은 팔 근육에 순간적으로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그럼 자동차는 어떤가 하면, 새로운 자동차나 엔진이 나오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기를, “야, 네 차 몇 마력인데?” “나 300마력인데.” “아~ 난 250마력이네?” 이러고 평가가 끝나버린단 말예요. 요즘 자동차는 그렇게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키 크면 큰아버지게요? 자동차의 성능은 여섯 가지 정도를 기본적으로 따져줘야 됩니다. 그 다음에 디자인, 가격 이렇게 들어가는 거죠. 그건 워낙 주관적인 것이고. 자동차의 총체적인 면에서 성능을 따진다면 그렇다는 겁니다. 물론 성능을 내는 것이 엔진이기 때문에 엔진을 비롯해서 따지는 거죠.
첫 번째,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마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 토크라는 것이 있죠. 흔히 마력과 토크 구분을 잘 못하는데요, 보통 우리가 1마력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말 한 마리의 힘인가 보다’ 그럽니다. 그렇게 알고 있는 기자들도 많이 있죠. 그게 아니고, 1마력은 1초 동안에 75 킬로그램의 물체를 1미터 탁! 들어 올리는 데 필요한 힘입니다. 예를 들어 로프를 엔진에 걸어서 물체를 그렇게 당겨줄 수만 있으면 되는 거예요. 그럼 7.5킬로그램의 물체를 1초 동안 10미터 당기는 거랑 같겠죠? 750킬로그램 물체를 10초 동안 1미터 당겨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1마력이죠. 그러니까 마력은 속도와 관계가 없어요. 일정 시간에 한 일의 양을 나타내는 거거든요. 즉, 마력이 좋은 운동선수는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입니다. 42.195킬로미터를 두 시간 십 분 동안 계속 뛸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마력입니다. 지속적인 힘을 나타내는 단위인 거죠. 중요한 건 토크예요. 토크는 장미란 선수입니다. 인상 132킬로그램을 젖 먹던 힘까지 다 발휘해서 딱! 들어 올릴 수 있는 힘. 한 번에 빵! 쓸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되느냐, 그게 토크입니다. 이봉주 선수가 그건 못하지만 지속적인 능력이 있고, 장미란 선수가 마라톤을 할 순 없지만 한 번에 빵 쓸 수 있는 힘이 있는 거죠. 따라서 자동차는 그 두 가지가 다 좋으면 좋다 이겁니다. 이 두 가지를 전부 따져야 합니다.
TV에서 보면 청소부, 소방수 선발할 때 실기시험 보죠? 20킬로그램짜리 물체 들고 여기서 저기까지 왔다 갔다 세 번! 80킬로그램 물체를 한 번에 들 수 있나! 전자는 마력이고 후자는 토크예요. 그 두 가지를 시험하는 건 “아, 이 사람이 지속성도 있고, 한꺼번에 쓸 힘도 있구나” 이런 이야기죠. 어떤 일은 지속성이 있어야 하고, 다른 일은 한꺼번에 빵!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거죠. 따라서 마력은 주어진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일의 양, 토크는 한 번에 빵 쓸 수 있는 양입니다. 디젤은 토크가 좋고 가솔린은 마력이 좋으니까, “준비 땅!” 하고 출발하면 초반엔 디젤엔진이 퍽 치고 나가죠. 왜? 토크가 좋으니까. 그렇게 쭉 나가다가 부우웅- 결국엔 꾸준하게 일을 잘하는 가솔린이 앞서게 되죠. 마력과 토크에는 이런 관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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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마력을 ‘말 한 마리의 힘’이라고 생각하는 게 쉬우니까, ‘마력=성능, 성능=가속력’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일단 그건 아니라는 거죠? 토크는 마력보다는 낯선 개념이에요. 순간적인 힘, 팍! 하고 치고 나가는 힘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그건 가속 페달을 어떻게 밟느냐, 즉 엔진 회전수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달려 있는 거 아닌가요? 어떤 차는 6,500rpm에서도 한 번 더 치고 나가고, 다른 차는 그 구간에서 전혀 힘을 못 쓰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세 번째로 rpm을 따져야 합니다. 엔진의 분당 회전수죠. 분당 회전수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만든 엔진 성능 곡선이라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x축이 rpm, y축이 마력 혹은 토크라면 이 곡선이 표(1)처럼 된 게 있어요. 최고출력이 300마력인 엔진의 경우, 4,750rpm에서 그 최고출력이 나온다는 거죠. 하지만 시동 걸자마자, 혹은 시내 주행하면서 종일 4,750rpm을 유지하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는 보통 2,000~3,500rpm 사이에서 주행을 하죠. 그 회사에서 선전할 때는 “우리 엔진은 300마력을 냅니다. 혹은 47kg.m의 토크를 냅니다”라고 하죠. 일상에선 그 마력과 토크를 쓸 일이 없는 엔진인 거예요, 그러니까 “300마력짜리 엔진이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이런 불만이 생기는 거죠.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고요. 그럼 성능곡선이 어떻게 되어야 되느냐? 이렇게 표(2)처럼 돼야 한다는 거죠.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저속에서부터 고속까지 지속적인 rpm 구간에서 나오는가를 봐야 한다 그겁니다. 그래서 엔진 회전수, 즉 엔진 성능 곡선을 세 번째로 확인해야 합니다.
자, 그 다음이 ‘에미션’입니다. 배출이죠. 아, 그전에 효율을 생각해야죠. 에미션과 효율을 굳이 구분하지는 않겠습니다만, 효율은 곧 연비입니다. 자동차의 힘을 생각한 다음에는 요즘 연비 관심 많으시잖아요? 그래서 “너 마력 좋고, 즉 일 잘하고, 토크 좋아서 힘도 잘 쓰는 건 알겠다. 그래서 밥을 몇 그릇 먹는데?” 그게 효율입니다. 연비죠. 양반집에서 머슴을 한 사람 쓰는데 일은 두 배로 하는 머슴이 밥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네 배로 먹었다? 그럼 못 쓰는 거예요. 연비는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죠?
연비는 워낙 익숙한 개념이니까요. 그런데 배출가스 기준까지는 아직 많이 생각 못하는 것 같아요.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 고려하면서 차 사는 사람이 지금 얼마나 많을까요? 그래도 한번 따져봐야겠죠?
에미션, 즉 배출가스를 한번 따져봅시다. 조건이 여러 가지가 있어요. 에미션은 배출가스 제어입니다. 배출가스 제어에는 전처리와 후처리가 있어요. 가솔린이나 경유를 연소하고 나면 황이라든가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이런 것들 나가잖아요? 이런 것들을 줄이기 위해서 연소되기 전에 하는 것이 전처리입니다. 연료 필터부터 시작해서 뭐 죽 이렇게 많이 있습니다. 이 에미션 기준을 강화하면 강화할수록 자동차 입장에서는 계속 똥구멍을 막는 꼴이 되는 거예요. 앞에서는 자꾸만 자꾸만 배기가스, 사람으로 치면 똥이죠. 그걸 자꾸 밥에다 섞어서 먹이는 것이 배출가스를 줄이는 기술입니다. 그거 힘나겠어요? 안 나죠? EGR 밸브라고 해서, 예를 들어 질소산화물을 감소시키려면 연소실의 연소 최고온도를 낮춰야 합니다. 그런데 자꾸 산소 많이 집어넣고 연료 많이 집어넣으면 연소 최고온도가 올라가겠죠? 그래서 배기가스의 15~20퍼센트를 당겨가지고 흡기 쪽에 집어넣는 거예요. 그럼 산소, 연료 비중이 내려가니까 연소온도도 낮아지겠죠? 그렇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EGR 시스템입니다. 배출가스 재순환Exhaust Gas Recirculation이라고 하는 거죠.
또 다른 방법은, 어떻게 하면 연료의 압력을 올려 미세하게 분사해서 연료를 완전히 연소시킬 수 있을까? 그게 있습니다. 그 다음에 후처리가 있죠. 삼원촉매 컨버터라고, 배출가스 정화장치가 있어요. 근래에는 암모니아까지 집어넣어 분해해가지고 물로 배출되도록 만드는 장치도 있죠. 그래서 길거리에 가다 보면 머플러에서 물이 줄줄 나오는 차가 있는 거예요. 결론적으로는 이 배출가스 기준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똥구멍을 틀어막는 것, 나온 똥을 밥에 섞는 것에 가까워지는 거죠. 힘 쓰겠어요? 못 쓰겠죠? 예가 너무 극단적인가요? 현재 BMW에서, EU6 기준 에미션을 만족하는 엔진이 있는데, 만약 어떤 회사에서 EU2나 3 기준, 아주 낮은 수준의 에미션을 만족하는 이 엔진을 그대로 놓고 EU6 기준에 합당하게끔 앞에 막고 뒤에 막고 하면 엔진 성능, 마력이 50퍼센트가 떨어져버립니다. 하지만 그 기준을 다 만족시키면서 힘은 힘대로 쓰도록 만들어놓은 좋은 엔진도 있죠. 결국 우리 소비자들은 이왕이면 강화된 기준을 다 만족시키면서 힘도 좋은 걸 선택하는 게 좋죠. 환경도 생각하고 재미도 느끼도록. 일단 엔진이 그렇다고 하면, 그 힘을 바퀴까지 연결하는 것도 중요한 거 아닌가요? 유럽처럼 수동 기어가 대중적이라면 운전자가 알아서 조절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 수동 기어는 거의 이방인 취급을 받으니까…. 하지만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 같은 건 사실 아주 정확하게, 자로 잰 듯이 이해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게다가 엔진에도 직분사다 터보차저다 인터쿨러다 해서 종류가 너무 많으니.
자, 이제 마력, 토크, rpm, 엔진 성능 레인지 생각하고, 연비, 배출가스까지 생각했죠? 그렇죠. 엔진이 만든 힘을 직접적으로 바퀴까지 가서 그걸 돌리려고 하면 중간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변속기입니다. 이 변속기 성능이 또 제대로 받쳐줘야 돼요. 변속기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파워를 연결해줘야 돼요. 그건 언급을 안 해도, 당연히 그래야 되는 것이고요.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두 대의 자동차를 물망에 올려놓고 뭘 살까 고민하는데 한쪽의 토크가 2kg.m 높다. 그래서 고민이다? 고민 안 해도 됩니다. 토크 하나만 가지고는 자동차 성능에서 아무것도 읽어낼 수가 없어요. 그건 장미란 선수에게 10킬로미터를 뛰어봐라, 이봉주 선수한테 80킬로그램짜리 역기 들어보라는 이야기랑 똑같은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저런 것들이 다 맞으면 좋다, 그런 겁니다. 그래서 가솔린 엔진에서는 다이렉트 인젝션(직분사), 밸브트로닉 시스템(연비는 줄이고 운동 효율은 높이는 BMW 기술) 같은 걸 만들고 디젤 엔진은 이제 연료의 압력을 점점 더 높여주고, 그래서 연료를 미세하게 분사해줘서 완전 연소를 시키는 데 기술이 있는 거죠.
상식적으로 한번 보실래요? 가속 페달을 웅~ 밟아가지고 엔진 회전수가 6,000rpm이 됐어요. 계산을 해보면, 4행정 사이클 엔진에서 6000rpm이면 크랭크샤프트가 1분에 6,000바퀴 돌아간다는 말입니다. 크랭크샤프트가 두 바퀴 돌 때마다 각 실린더가 한 번씩 흡입, 압축, 폭발, 배기를 하니까 그걸 2로 나누면 1분에 3,000번이죠? 그럼 1초에 50번입니다. 8기통의 경우, 여덟 개의 실린더가 전부 다 한 번씩 흡입과 압축과 폭발, 배기를 1초에 50번씩 한다는 겁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짧은 시간이죠. 이 짧은 시간에 그 연료를 다 태워서 공기를 빨아 당겨가지고 태워서 압축하고 꽝! 폭발을 해가지고 배기까지 다 시키는 것이 50번 이루어져야 된다고 보면, 이런 기술이 어디 있겠습니까?
연료를 얼마나 세밀하게 잘라서 보내느냐에 있는 거예요. 디젤 엔진에서 압축 분사하는 압력을 한번 볼까요?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이 보통 1.8에서 2.2바 정도 됩니다. 1바라고 하는 것이 14.5psi기 때문에, 보통 타이어가 30psi라고 하면 한 2바 정도 되거든요. 이 2바 타이어에 파이프를 연결해서 입에 물고 있으면 아마 입이 터질 거예요. 2바가 딱 그 정도의 압력입니다. 그럼 자동차 연료 압축하는 거는 몇 바쯤 될 것 같아요? 자, 타이어 공기압이 2바면 터집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최근에 만든 것이 1,650바입니다. BMW에선 2,020바 정도 기술을 갖고 있고요.
연료에 압력을 주는 정도를 설명하는 단위예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장작개비 하나를 아궁이에 넣어서 태우면 두 시간 반 동안 탄다. 그럼 그걸 젓가락처럼 잘라서 넣어 주면 10분 만에 타겠죠? 이쑤시개처럼 잘라서 넣으면 5분? 습자지처럼 얇게 잘라서 넣으면 2초 안에 다 탈 겁니다. 무슨 말이냐면, 수돗물 호수를 잡고 물 알갱이를 작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손가락으로 물 나오는 구멍을 최대한 막아야죠? 딱 막아서 압력을 높여줘야 하는 거예요. 그렇죠!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기술이 달려 있는 거예요. 그래서 1,600바와 2,000바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엔진의 성능은, 연료 적게 먹고 열효율을 올려야 좋은 거겠죠, 당연히? 똑같이 밥 한 그릇 먹어도 소화력이 10퍼센트인 사람과 90퍼센트인 사람은 영양가 자체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열효율, 압력 같은 개념들이 엔진에 포괄적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토크만 따져서 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마력을 같이 따져야 하고, 엔진 회전수가 어느 영역 구간에서 최대한 힘을 쓸 수 있는지 성능 곡선을 봐야 하고, 배출가스 기준 등도 종합적으로 따져줘야 ‘어떤 엔진이 좋은 엔진인가’에 대한 일단의 설명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어떤 차가 좋은 차죠?”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곤란한 건 당연한 거네요. 그래도 그런 질문 많이 받으실 텐데, 그때마다 이런 설명을 다 해줄 수는 없잖아요? 어떻게 대답하실 거예요?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필요한 엔진도 다르겠죠? “어떤 차가 좋은 차입니까?” 물어오는 사람한테는 되물어볼 필요가 있어요. “장미란 선수가 필요하십니까, 이봉주 선수가 필요하십니까?” 여기서 저기 어디 멀리까지 편지를 전하고 싶다면 이봉주 선수를 불러야죠? 이 무거운 걸 당장 선반 위로 올려줘라, 그럼 장미란 선수가 필요합니다. 어느 용도냐는 거죠. 쌍용차에 들어가는 가솔린 엔진 6기통, 8기통짜리가 기가 막혀, BMW 와, 성능 좋고 마력 좋고 멋지다! 그 엔진을 달랑 빼서 저기 컨테이너, 전봇대 싣고 다니는 트럭 위에다 딱 올렸다, 그럼 차 안 움직입니다. 따라서 디젤은 토크가 있으니까 마력을 더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가솔린은 마력은 좋지만 토크가 모자라니까 그걸 올리려고 지금 터보차저, 인터쿨러, 다는 거 아니겠어요?
앞으로는 토크 하면, “장미란 선수! ” 하고이름 거명해버리면 돼요. 옛날에 대우 르망 같은 차는 고속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차였죠. 고속안정성이 일품이었어요. 고속도로에서 끝내줬죠. 한편 시내 주행만 하면 좀 기분 나쁘죠. 그걸 죽이기 위해서 현대자동차에서 옛날에 만든 것이 엑셀, 프레스토 같은 차였습니다. 저속에서, 1,500~2,500rpm 사이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더라고. 시내 출퇴근하는 사람 기분 좋았죠. 이 두 가지를 다 만족시키기 위해서 BMW에서 만든 것은 이제 바노스 시스템이란 것이죠. 저속과 고속 모두 다 토크와 마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만드는 장치예요. 사실 V6, W12처럼 뭔가 엔진이 교차돼 있고 기통수가 많으면 좋다는 인식이 굳어져 있기도 해요. 90년대 즈음 고급 세단들이 주로 이런 엔진을 썼던 것 같은데 그 영향인지. 하지만 요즘 직렬 4기통 엔진을 타도 전혀 거슬릴 게 없거든요?
그건 우리가 400미터 계주 릴레이를 할 때 생각을 해보면 쉽습니다. 유사한 이야기예요. 바통을 받을 때 조금씩 조금씩 달려가면서 속도를 맞춰주죠? 건네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겹치는 구간이 있습니다. 오버랩이죠. 그래야 부드럽게 바통을 이어줄 수 있으니까요. 엔진의 경우 그걸 동력의 중첩, 동력의 오버랩이라고 합니다. 직렬 4기통의 경우 각각의 피스톤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시기가 겹치지 않아요. 6기통은 한 실린더가 하나의 행정을 마치기 전에 다른 실린더가 이미 행정을 시작합니다. 폭발력이 다 끝나기 전에 바통 이어받듯이 이어서 폭발을 해나가는 것이 6기통이죠. 8기통의 경우는 두 개의 실린더가 한꺼번에 크랭크 축을 돌려주는 거죠.
동력의 부드러움을 염두에 두면 기통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1기통짜리 경운기는요, 꽝! 하고 한 번 터지고 한 바퀴 돌고, 그 다음에 또 꽝!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소리가 탕탕탕탕! 나는 거죠. 2기통은 다라락, 4기통은 후루룩, 6기통은 부웅! 합니다. 부드럽죠. 하지만 기통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작동되는 부분도 많고 마모되는 부분도 많고 그러다 보면 오일 필요도 높아지고 제작하는 데 돈도 많이 들죠. 그럼 어떻게 해야죠? 동력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고, 부드러움도 최대한 유지하면서 돈도 적게 들게. 기통수는 가능하면 적게 만들고 엔진은 다운사이징해서 콤팩트하게 만들자, 이거거든요. 엔진을 V 형태로 만들면 단점이 많아요. 하지만 실내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습니다. 엔진룸을 짧게 만들고 실내공간을 크게 만들 수 있죠. 그래서 V형 엔진을 만드는 겁니다.
사실 V형 엔진이 토크를 내는 데는 상당한 저해 요인이죠. 직렬이 최고 좋아요. 직렬이 동력이나 토크를 생산하는 데는 최고고. 다음으로 직렬 엔진을 만드는 두 번째 이유는 안전입니다. 실린더 사이사이에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공간, 여지가 있는 거예요. V는 실린더 세 개 부서지면 끝나고, 얘는 여섯 개가 부서져야 끝나죠.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 같은 고급 승용차들이 뒷바퀴굴림 장치를 채택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안전입니다.
그렇다 해도 결국 중요한 건 고객들의 선택이겠죠? 4기통짜리 2,000cc를 할 것인지 6기통짜리 3,000cc를 할 것인지는 고객의 선택이에요. 부드러운 쪽으로만 보면 아무래도 기통수가 많은 것이 낫죠. 릴레이가 자연스럽게 되니까. 하지만 근래엔 4기통 짜리 엔진도 충분히 탄력을 갖고 돌려주기 때문에 6기통과 4기통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들어놨거든요. “도대체 어떻게 그런 기술이 가능합니까?” 그 질문에 대답하려면 지금부터 또 두 시간 얘기해야 됩니다. 하하. 예를 들어 지금 아드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아빠, 나 차 한 대 살까 해요. 어떤 차가 좋을까요? 한 대만 추천해주세요” 한다면? 기술적인 층위가 아니라 대중적으로, 일상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뭘까요?
제일 중요한 건 용도예요. 조깅화 살까 농구화 살까와 똑같은 겁니다. 내 아들의 용도가 제일 중요한 거죠. 학교에만 왔다 갔다 할 건가? 그게 아니고 지방까지 만날 2백 킬로미터씩 왔다 갔다 해야 하나? 굉장히 복합적이겠죠. 두 번째가 좋아하는 디자인. 이거 중요합니다. 자동차라는 것은 맨날 두고 쳐다보면서 행복해야 되거든요. 왜? 자동차는 일상생활 용품이기 때문에. 옛날같이 교통수단으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좋아하는 디자인이 어떤 콘셉트인지, SUV인지 세단인지, 소형인지 대형인지. 다음에 성능, 가격, 그렇게 갈 겁니다. 조금 더 생각하면 중고차 시세까지 고려하겠죠. 하나 더 생각한다면 서비스 네트워크. 차 고장났다고 미국에 들고 들어가야 한다? 안 된다 이거죠. 이런 식으로 좁혀가다 보면 두세 가지 모델 콘셉트가 나올 겁니다.
아까 자동차의 성능, 느낌, 핸들링 이런 거 이야기하셨는데, 제일 중요한 건 이런 느낌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겁니다. 똑같은 김치찌개를 먹고 “와, 죽이네!” 하는 사람도 있고 “싱거워!” 할 수도 있는 거죠. 느낌이 중요해요.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승차감과 착석감의 차이입니다. 둘은 완전히 다른 말입니다. 시승 100미터 정도 하고 “이야, 이 차 승차감 죽이네!”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그건 착석감이죠. 그 차를 두세 시간 타고 내렸을 때 얼마나 피곤하냐가 승차감입니다. 일류 호텔 스위트룸 침대는 딱딱합니다. 그래야 아침에 개운하거든요. 대책 없이 푹신푹신한 데서 자면 온 천지 다 아파요. 승차감은 다 타고 내렸을 때의 피로도입니다. 착석감은 지금 앉아 있을 때의 기분이고요. 근데 착석감을 승차감으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엄청나게 많죠.
소비자들이 고려하는 것은 그야말로 복합적입니다. 연료비, 유지비, 서비스, 소모품, 보험료, 자기 형편, 남한테 보여주고 싶은 마음, 디자인, 이런 게 다 있을 거 아닙니까? 일단 가용 예산이 한 7천만원 된다, 그럼 저는 BMW 520d를 추천하고요, 아직 결혼도 하기 전인데 그렇게 큰 차는 필요없다, 그럼 X3를 추천합니다. 혹시 이런 경우 봤어요? 나는 고속도로를 시속 100킬로미터로 가는데 고속버스가 한 120킬로로 쑥 지나가면 흔들흔들하죠? 그 이유는요, 승용차 바퀴 중에서 앞바퀴굴림이든 뒷바퀴굴림이든 간에 어느 쪽 바퀴는 가는 바퀴고 어느 쪽 바퀴는 그냥 끌려가는 바퀴예요. 구동 바퀴는 땅을 잡고 가는 것이고, 그냥 돌아가는 바퀴는 땅을 안 잡고 그 위를 구르기만 하는 바퀴입니다. 이 구르는 바퀴에 외력이 심하게 작용해서 그래요. 이것이 사륜구동 자동차에서는 안 일어납니다. 보통 사륜구동 차는 눈비 올 때, 미끄러운 언덕길에서 좋다 얘기 하죠? 그 장점은 5프로 정도밖에 안 됩니다. 원래 네 바퀴 굴림 자동차의 목적 중 95퍼센트는 일반 도로에서 승용차보다 훨씬 더 안정감 있게 핸들링과 차의 거동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네 바퀴를 다 굴리니까 연료 소비가 다소 많지만, 그 안정성에 대한 대가로 돈을 더 지불하는 거예요. 목숨하고 직접 관련돼 있으니까. 차체자세 제어장치 같은 게 있지만 본질적으로, 네 바퀴가 땅을 쥐고 달리는 안정성과는 마력이 상대도 안 되거든요. 여러 가지 레저 활동, 취미생활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해 봤을 때 3시리즈보다는 X3이 좋겠다고 판단을 한 거죠. 못 갈 데가 없잖아요? 낚시, 등산, 개울, 스키장. 행복하겠죠?
저는 34년 동안 자동차를 기술적으로 쭉 들어가서, 작은 나사 하나부터 시작해서 2만 5천 가지 부품을 추스르고 가르쳐오면서 연구하는 사람 입장이에요. 하지만 의사가 아무리 경험이 많다고 해도 인체의 신비를 다 아느냐? 그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 차를 타고 보통은 못 듣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못 가진 느낌도 가질 수 있어요. 자동차 안의 메카니즘이 사샤샥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에요. 그런 건 설명 드리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단편적으로 엔진이면 엔진, 승차감이면 승차감, 이렇게 끊어서 이야길 하죠. 전체적인 건 너무 추상적이에요. 어때요, 좀 도움이 되셨습니까?
유럽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기준(European Emission Standards) 유럽연합이 지정한, 자동차에 대한 배출가스 관련 규제 지침을 이르는 말이다. 보통 차량이 주행할 때 내뿜는 매연 혹은 배기가스 억제를 위해 정한 규칙이다. 최초 실시는 1993년이었다. 그걸 EU1이라고 한다. 이후 1996년부터는 EU2, 2000년부터는 EU3, 2005년부터는 EU4가 실시됐다. 당연히, 규제는 점점 더 강화됐고 자동차 회사들은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한 배출가스 정화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지금은 2008년부터 적용된 EU5 기준을 따르고 있다. 2013년부터는 더욱 강화된 기준, EU6에 맞는 자동차를 생산해야 한다. 에디터 | 정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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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디자이너 | 아트 에디터/ 문혜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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