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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부2

단편소설 <담배> 2부 침대에 누운 그녀는 쉬 잠들어 버렸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잠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밖으로 나섰다. 그림자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늘어나 있었다. 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입에선 담배가 떠날 생각을 않았다. 무슨 생각인지 계속 담배만 떠올랐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박물관이었다. 박물관에선 ‘인체의 무한한 신비! 세계 순회전’이 한창이었다. 난 무작정 표를 사 안으로 들어갔다. 담배가 아닌 다른 것을 생각하고 싶었다.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담배만 아니라면, 담배만 생각나지 않게 한다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나마저 무너져 버릴 것만 같았다. 폐관 때가 다 되가는 전시관은 시끌시끌했다. 견학 나온 유치원생들이 교사를 따라 전시관 밖으로 나서고 있었다. 노랗고 하얀 체육복을 .. 2010. 4. 25.
단편소설 <담배> 1부 5월이지만 밤바람은 차갑기만 하다. 강물을 그득하게 실은 바람은 민물 냄새가 진동한다. 나는 민물 냄새에 코를 킁킁거려 본다. 민물 냄새는 쉬 가시지 않는다. 달조차 뜨지 않은 밤, 강가는 적막하다. 바람이 펄럭이는 소리도, 강물이 흐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민박집의 불빛도 닿지 않는다. 쥐 죽은 듯한 적막감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일으킨다. 난 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배를 찾는다. 재킷 안주머니에서 담배가 손에 잡힌다. 짜부라진 마일드세븐 갑에선 허리가 부러진 담배 한 개비가 나온다. 젠장할 쪽바리 담배! 난 담배를 강둑 위로 던졌지만 바람에 실린 담배는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젠장. 다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자 담뱃갑은 텅 비어버린다. 담배는 허리가 휘어 있다. 지지리 궁상맞군. 중얼거리며 난 .. 2010.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