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 히데노리, 『내 집으로 와요』>
하라 히데노리라는 일본 만화계의 거장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에헤야디야’라는 피아노가 있고 가라오케가 있는 작은 술집에서 시작한다.
<밝은 듯하지만, 결국 지하의 술집인 '에헤라디야'. 이런 명암이 분명한 이미지는 히데노리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이다.>
남자는 노래 부르고 여자는 피아노를 친다.
주변에서도 왁자지껄 즐거운 분위기다.
남자는 W대 1학년 미끼오, 여자는 피아노학원강사 아야.
둘은 아야의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자연스럽게 사귀게 된다.
그후 미끼오는 아야의 방에서 출퇴근 동거를 하게 되고,
두 사람은 조금씩 조금씩, 사랑을,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간다.
미끼오의 꿈은 프로 사진작가. 아야는 꿈을 쫓는 그를 사랑한다.
아야에겐 미끼오 이전엔, 그녀가 대학생일 때 사랑한 남자가 있다.
그는 피아노를 사랑했지만,
아야보다 피아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 두려워 피아노를 버렸다.
그리고 아야는 자신이 그에게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곤
그 남자와 헤어진 과거가 있다.
아야는 사진작가의 꿈을 꾸는 미끼오에게서 그때의 사랑을 어렴풋하게 느낀다.
두 사람의 사랑이 점점 커져갈 때,
아야는 우연히 피아노 연주곡 레코드 제의를 받게 된다.
미끼오는 기뻐하며 아야를 축하해 주지만, 자신보다 한발짝 앞서 걷는 아야에게서
불안감과 초조감을 느낀다.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지만, 결국 '나'의 연인은 타자일 뿐이다.>
때마침 미끼오는 슬럼프에 빠지면서 ‘자신만의 사진’을 찍는걸 힘들어 한다.
그 사이, 아야는 예전의 남자 카즈를 만난다.
그는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는 샐러리맨이 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 피아노를 완전히 버리지 못해 작은 빠에서 저녁이면 피아노를 친다.
그런 카즈와 미끼오의 모습이 교차되는 아야.
아야는 자신 때문에 점점 사진에 대해 자신감을 잃어가는 미끼오에게
헤어지자고 이야기한다.
<누군가, 자신의 곁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은 힘들다.>
아야와 헤어진 미끼오는 사진에 전념하면서 대학 사진전에서 큰 호평을 얻는다.
그리고 그 차츰차츰 그 재능을 인정받는다.
그는 그렇게 계속 꿈을 쫓아가면 아야와 다시 재회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편 아야는 미끼오와 헤어진 이후 더 이상 작곡을 하지 못한다.
그녀의 2집 발매일은 계속 늦춰지기만 한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피아노의 꿈을 쫓기 시작한 카즈에게서
예전의 사랑을 느낀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미끼오는 사진작가로서 명예와 평생이 보장되는
사진 콘테스트에 참가하게 된다.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담고 싶다.”는 생각에 그는 아야를 찾아간다.
하지만 아야는 더 이상 예전의 아야가 아니었다.
그녀는 예전처럼 미끼오만을 바라보던 아야가 아니었다.
그 사실에 괴로워하는 미끼오를 바라본 아야는 다시 시작하자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카즈에겐 다시 한차례 상처를 준 채 이별한다.
미끼오는 사진 컨테스트에서 아야의 사진 세장으로 입상한다.
<미끼오가 찍은 아야의 연속 사진 세 장>
하지만 그 사진은 쓸쓸하다.
사람들은 그 사진들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다시 사귀기 시작하고, 미끼오가 아야의 방에 출퇴근 동거를 시작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다.
어색함과 변해버린 서로의 모습들이 아야를 괴롭힌다.
아야는 그 변화가 두렵기만하다.
거기다 아야는 카즈의 아이인지, 미끼오의 아이인지 모를 아이를 임신한다.
아야는 이 일을 계기로 자신도 변화에 적응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녀가 변화에 적응하려해도 미끼오가 변해 버렸다.
미끼오에게는 이제 사진이 아야보다 더 중요한 것이 되어 버렸다.
<이별하는 순간에, 울지 않는 건......>
결국, 그들은 다시 이별한다.
아야와 헤어진 미끼오는
“꿈을 쫓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사진집을 출간한다.
미끼오와 헤어진 아야는
그녀의 두 번째 앨범을 발매한다.
아야는, 미끼오와의 추억이 서린 집을 떠난다.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났다.
-----------------------후기
우리는 보통 만화를 보면서 감동과 행복한 결말을 원한다. 그리고 만화는 실제로 그런 우리를 만족시켜 준다. 그런 점에서 만화는 철저히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매체이다. 그래서 “I's”에선 여자주인공이 연기를 포기하고 남자주인공을 선택한 것이고, “바람의 검심-추억편”의 사랑은
주인공 사이의 비극적으로 얽힌 관계가 존재한다. 요컨대 만화라는 매체를 형성하고 있는 가장 큰 주의는 '낭만주의'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낭만주의는 예술 사조로의 낭만주의와는 구별된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낭만주의'라고 부르는 이미지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내 집으로 와요”는 이런 낭만주의가 아니다. 철저하게 현실주의로 무장하고 있다. 연인이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이 자기 옆의 사람인지, 아니면 일인지 고민한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낭만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길 하면서, 그 결말을 맺는 방식과 그 이야길 풀어가는 방식은 '낭만'대신 '현실'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과 낭만의 충돌 속에서 현실 혹은 낭만을 도출해 내는, 상반된 이미지 간의 결합을 통한 서사 구조를 획득하는 방식은 분명 하라 히데노리의 장기이다.
그러나, 낭만과 감성을 생각하고 읽던 난, 결말을 납득하지 못하고 책을 몇 번이나 다시 살폈다. “이게 끝이 아냐! 이게 끝이 아냐!”라며......
미끼오와 아야의 사랑은 보고 있는 사람마저도 자신이 겪은 아픈 사랑을 떠올리게 하고, 자신이 겪은 이별인양 씁쓸하게 만든다. 한없이 눈물 흐르는 슬픈 이별이 아니라, 헤어지고 얼마간 기억나고 쓸쓸하게 느껴지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씁쓸하게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그런 일상의 사랑과 헤어짐의 리얼리즘이 담겨있다.
돌이켜 보자면, 나의 사랑도 그러했다. 처음엔 상대의 모든 것을 알고 싶고, 소유하고 싶어하며 맹렬히 달려 들었고, 상대가 날 조금이라도 밀어내려 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너무나 쉽게 상처받아 버렸다. 그리고, 그런 격정의 시간이 지나 그가 나에게 그저 평범한 일상이 되었을 때,
그때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 버렸던 순간이 있었다.
꿈을 쫓는 사람을 사랑하고, 그래서 그 사람이 계속 꿈을 쫓기를 바라지만 그 꿈에게 자리를 빼앗긴 아야.
꿈을 쫓아갈 힘을 준 사람을 사랑하지만 끝내는 그 꿈 때문에 사랑을 포기한 미끼오.
이들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사랑이기 때문에 더욱 가슴 속에 남는 것만 같다.
--------기억에 남는 말---------
이런 감정따위......
아야씨 생각 따위......
얼마후면......
얼마후면 곧......
지워져 버려......
맥빠질만큼 말끔히......
================================
본 포스팅은 주관적 감상에 관한 글입니다.
개개의 텍스트는 개별 독자의 상황, 선행 지식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림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디치 미츠루의 인간 성장 드라마 - 1장. 갈등구조를 통해 본 H2의 의미 (2) | 2009.06.26 |
---|---|
[니시모리 히로유키, 건방진 천사] 이것은 판타지입니다. (0) | 2009.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