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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읽기

나이지리아전 김남일의 투입

by 영혼의환 2010. 6. 23.
조별 예선 모든 경기가 끝났다.

결국 우리는 나이지리아와 2:2 무승부를 거두고,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2:0으로 실신시키며 16강에 올랐다.

이미 경기에 대한 단상들은 경기 보는 와중에 포스팅했으니 집어치우고,

김남일에 대한 내 생각이나 이야기해 봐야겠다.



대부분 사람들은 허정무가 공격적으로 나가야 할 때 김남일을 투입했단 사실에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번 나이지리아 전에서 후반 김남일을 투입한 것은 허정무 용병술이 -너무 간만에- 성공한 사례라고 본다.

이미 예전부터 지적되었던 사실이지만, 허정무 전술에서 중앙 미드필더 장악의 고리는 김정우도, 기성용도 아니고 박지성이 쥐고 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전부터 컨디션이 무뎌진 폼을 보인 박지성이 중앙을 넓게 누비지 못하게 되니 그만큼 공격 루트를 만들 때 패싱이 단조롭게 되고, 상대에게 중앙에서 공이 차단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건 박지성의 잘못도 아니고, 기성용이나 김정우의 잘못도 아니다. 그들은 전술대로 움직이는 것이고, 선수가 늘 100%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도 아니니까.

어쨌든, 이런 미드필더 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자원이 지금 대표팀엔 김남일 뿐이다.

김남일은 포지션 상으론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2002 월드컵 이후 그는 K리그에서 완숙해진 볼배급력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는 예전같은 전차 수준의 터프함이 아니라, 적절한 터프함과 노련미, 그리고 볼배급력을 지닌 전천후 수비형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결국 이번 경기에서도 김남일의 페널티킥 헌납은 차지하더라도, 그의 투입 이후에 공격진으로의 볼 배급이 원할해 진 측면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이번 경우엔 허정무의 선수 교체가 주효했단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김남일 투입 후의 공격이 수월해 진 것은 박주영과 기성용의 위치이동, 김정우의 부담 경감 등의 요인도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 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앙에서 공격 전개 작업이 너무 무디다는 것이다. 선수 하나에 중원 작업을 맡겨야 할 만큼 중원의 조직력 부재는 큰 약점이다.

현대축구에서 승리를 가져다 주는 것은 측면 자원이지만, 그 측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중원을 장악해야 한다.

우루과이 전까지 이 난제를 풀지 못하면 우린 그냥 16강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덧. 지금까지 허중무 호의 행방으로 보아 중원 연결고리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그래도 우루과이 전을 맞이할 것 같다. 허정무는 뭘 고치는 걸 진짜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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