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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읽기

온다 리쿠, 『네버랜드』, 미디어, 2006.

by 영혼의환 2010. 4. 22.

내 잘못된 글읽기 방식이겠지만, 난 베스트셀러를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아, 요즘 그 책이 좋다고 하던데…… 읽어 보셨어요?”라고 물어보면 “그런 종류의 책은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아직 안 읽어봤네요.”라고 답한다. 하지만 실제론 도서 구입 목록에 써 뒀지만 어느 순간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구입 목록에서 쏙 빼 버린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그 책의 열기가 사라지면 그제야 그 책을 사는 것이다.

 

베스트셀러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은 만큼 그 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그러다보니 내 나름의 생각을 가지지 못한 채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에서 감상을 정지해 버리는 게 싫을 따름이다. 최근에 그런 식으로 구입목록에서 밀린 책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있다.

 

어째든 이런 나쁜(?) 독서 습관 덕분에 일본작가 열풍이 분 이후론 일본소설을 의식적으로 멀리했다.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 읽어보셨어요?” 라고 물으면 “일본 작가는 그다지 좋아하질 않아서…….” 라고 해 버리는거다! 실제론 일본 소설도 좋아하면서!!

 

그래서 거진 3년간 일본 작가들 소설은 읽지 않았다. 하루키의 소설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다>(영화에 드라마까지 봤으면서!)도. 그 외에도 읽고 싶은 많은 일본 소설들을 읽지 않고 다른 책들을 읽는 것이다.

 

물론, 그 덕분에 국내의 좋은 작가들, 좋은 소설들도 읽게 되었지만……. 그러던 중 덜컥 충동구매한 것이 온다 리쿠의 <네버랜드>다. 정미경의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를 읽은 뒤라 그런지 뭔가 모르게 제목이 끌렸다. 그게 <네버랜드>를 읽은 이유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책을 다 읽은 지금의 느낌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작가는 연휴기간 동안 학교 기숙사에 남게된 네 소년을 통해 인간이 겪고 이는 트라우마를 세밀하게 파헤친다.

 

네 명의 소년은 모두 남에게 쉽게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가지고 있다. 자기 앞에서 자살한 어머니를 자신이 죽였다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소년. 아버지의 불륜 상대에게 유괴된 이후로 성인 여성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소년. 부모의 이혼 갈들 속에서 상처입은 소년. 계모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생아……. 네 소년이 가진 내적갈등은 절대 밝지 않다. 소설은 카드게임에서 진 사람이 비밀을 이야기한다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네 소년의 내면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면서 소년들의 지금 삶의 방식이 왜 나타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프로이드는 성장기의 경험이 그 사람의 내면이 되어 외적 행동 양식으로 무의식 중에 표출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그의 주장은 이후 인지발달이론의 대두 등으로 그 위상이 약화되었지만 성장기의 경험과 행동의 결정이란 측면에선 여전히 유효하다. <네버랜드>의 소년들 또한 마찬가지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소년들은 아직 성장기 속에 분포되어 있다. 그들 자신들의 “네버랜드”인 과거의 경험에 계속 머물 것인가, 아니면 “네버랜드”를 떠나 현실로 돌아올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그들의 과거 “네버랜드”는 피터팬이 나타나는 꿈과 모험의 세계가 아닌, 현실보다 처절한 내적 살육과 싸움이 끊이지 않는 세계다. 소년들은 자신의 “네버랜드”를 숨기기 위해 현실에선 자기 실수를 극도로 혐오하고, 무조건 밝게 핼동할 수 밖에 없고, 주변에 무신경한 듯 행동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행동은 그들이 꿈꾸는 “네버랜드”를 찾을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도 과거의 “네버랜드”, 과거는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의 네버랜드(Never Land)가 될 뿐이다. 소년들은 이러한 연결의 고리를 끊기 위해 서로의 속내를 터놓고 자신들의 아픔을 감싸줄 친구를 구한다. 이야기가 중반으로 흘러가면서 소년들이 카드게임의 승패를 떠나 자신들의 과거를 밝히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종요한 극적 흐름이다. 게임의 벌칙으로 밖엔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선택의 기로에 놓인 소년들은 자시 스스로 진정한 “네버랜드”를 찾아 가는 것이다.

 

누구나 말 못할 비밀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어린 시절의 경험은 성장한 사람들에게까지 계속 영향을 미치고 심리적 외상-트라우마-로 까지 발전한다. 자신도 모르게 내면에 잠재한 공포감의 지기에 행동을 따르게 된다. 이것을 극복해 내는 방법은 그 비밀과 상처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네버랜드>의 소년들은 그들의 우정으로 그것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나는 이 상처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내 개인적인 바람은 그 극복의 방법이 글쓰기이고 싶다. 글쓰기를 통해 내 내면 속의 이야기를 뱉어내고 뱉어내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또 다른 상처를 발견하고, 그렇게 그 상처를 극복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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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군대 안에서 쓴 독서기록.

 

어찌된 영문인지 군대 안에서 쓴 독서 기록이 더 충실하다...;;;

 

제대하면서 지휘관참모 순찰 결과보고서를 이면지로 사용해 프린트 해 온 것.

 

참고로 지참 순찰보고서의 내용은 대대장님이 2소대를 방문하신 내용.

참모총장 지시사항을 숙지하고 있는지 검사하고 가신 내용.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