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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육 읽기

<온달전>을 통해 본 설화의 서사구조와 전승 양식

by 영혼의환 2010. 12. 19.

이영수, 「한국 설화 연구」, 한국학술정보(주), 2008.


Ⅰ. <온달전>

 

1. 설화의 서사구조적 특징

설화는 구전된다. 설화의 구전은 일정한 몸짓이나 창곡과 관계없이 보통의 말로써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이야기의 구조에 힘입어 가능하게 된다. 설화의 구전은 구절구절을 완전히 기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핵심이 되는 구조를 기억하고, 이에 화자 나름의 수식을 덧보태서 이루어진다. 설화는 구전에 적합하도록 단순하면서도 잘 짜여진 구조를 지니며, 표현 역시 복잡하지 않다. 설화는 구전된다는 특성으로 말미암아 보존과 전달 상태가 가변적이다. 그러므로 한 유형의 이야기일지라도 사람에 따라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같은 사람이 같은 유형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이야기된다. 이 때 각각 다르게 이야기되는 이야기 하나하나를 각편[각주:1]이라고 하는데, 이 각편이 구연되는 설화 한 편인 것이다.[각주:2]

 

2. <온달전> 개관 및 서사구조

『삼국사기』권45 열전5의 <온달전>은 미천한 신분인 온달과 고귀한 신분의 공주가 결연해서 온달이 훌륭한 장군이 되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신중동국여지승람』 평양부 인물조, 『명심보감』 염의편과 <온달부>, <우온달>, <온달행>등의 악부로 전승되고 있다. 이들의 경우, 편찬자 내지는 창작자가 자신의 의도에 맞게 온달 또는 공주의 시각에서 『삼국사기』 <온달전>의 내용을 축약한 것으로 보인다. 『삼국사기』에 수록된 <온달전>을 단락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고구려 평강왕 때의 사람인 온달은 용모가 기이하나 마음씨는 착한 사람으로 집이 가난하여 걸식으로 어머니를 봉양했다. 사람들은 그를 ‘바보 온달’이라고 불렀다.

㉯ 평강왕은 어린 공주가 울기를 잘하자, 크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고 희롱하였다.

㉰ 왕이 성년이 된 공주를 상부 고씨에게 시집보내려고 하자 공주는 어렸을 때 들었던 왕의 말을 들어 왕명을 거역하고, 이로 인해 평강왕의 노여움을 샀다.

㉱ 공주는 보물 수십 개를 갖고 출궁하여 온달의 집을 찾아간다.

㉲ 공주가 온달과 온달의 어머니를 설득하여 혼인을 한다.

㉳ 공주는 가지고 나온 보물을 팔아 살림을 장만하고, 온달에게 말 고르는 법을 가르쳐주어 병든 국마를 사오게 한 뒤, 말을 잘 먹여 튼튼하게 길렀다.

㉴ 왕이 참석한 제천행사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왕을 놀라게 한다.

㉵ 온달이 후주와의 싸움에서 큰 공을 세우자, 왕이 온달을 사위로 맞아들이고 대형의 벼슬을 하사하였다.

㉶ 양강왕이 즉위하자 온달은 신라에게 빼앗긴 계림현과 죽령의 서쪽 땅을 회복하겠다고 하면서 만약 이 땅을 되찾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 출정한다.

㉷ 온달은 신라군과 아단성에서 싸우다가 적의 화살에 맞아 전사하여 장사지내려고 하나 관이 움직이지 않았다.

㉸ 공주가 관을 어루만지며 온달의 넋을 위로하자 관이 움직여 장사를 지냈다.

㉹ 왕이 이 말을 듣고 통곡한다.

열전에는 온달로 표제가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온달보다는 평강공주의 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공주와 관련된 ㉯~㉳의 부분을 보면, 공주는 왕의 말을 희언이라고 하면서 정면으로 맞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기의 삶을 개척하고 자기 삶에 대한 가치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온달전>의 서사적 주체를 평강공주로 보고, 이를 평강공주에 관한 이야기로 보기도 한다.[각주:3] 이러한 관점은 설화가 서사구조를 중심으로 구비, 전승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즉, 『삼국사기』 <온달전>의 각편은 평강공주의 이야기가 <온달설화>를 구비, 전승하는 주요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3. <온달설화>의 전승양상

 <온달전>의 서사구조와 유사하게 전개되는 <온달설화>의 경우, 화자들이 공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구술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즉, 공주가 온달의 잠재된 능력을 계발하여 온달이 무장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온달전>에서 온달이 명성을 쌓게 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국마(國馬)를 획득하는 단락이 <온달설화>에서는 그 중요성을 상실하여 탈락되었다. 대신에 공주가 온달을 훈련시키는 말타기와 활쏘기, 글공부 등의 ‘온달장군 만들기’ 대목이 첨가되었다. 이것은 화자들이 바보온달에서 온달장군으로 거듭나게 되는 상황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온달설화1>

밤에는 공부 가르키고 낮에는 무술을 또 가리켰거든. 말 달리는 것, 말 타는 것, 말 달리는 것, 창 쓰는 것, 칼 쓰는거, 이런 것도 시악씨가 가리켰거든.

아! 그런데 아주 하루 가리키는 것 달라, 이틀 가리키는 것 달라, 아주 능란하거든, 잘 하거든.

 

<온달설화2>

“온달님 왜 이러시냐? 나는 여우하지도 않고, 무슨 짐승도 아니고, 도깨비도 아니고, 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안심하라.”

그러고 그러면서 그냥 찌그러 붙으며 거기 서 있거든. 그래, 아! 나중엔 이 공주가 온달을, 바보 온달을 공부를 가르친단 말야. 공부를 가리키니까는…….

 

<온달설화3>

그래서 그때는 나라에 싸움이 났는데, 전쟁이 났는데 공주가 온달장순한테 언젠 전쟁을 나가라고 그러거든. 나가면 지지 않을 테니 나가라고. 그래설라므래 그냥 공주가 이젠 무술광전후 다 가르쳐 줬지. 그래선 정쟁을 나가선 이겼거든.

<바보온달과 평강 공주>

큰 총각인지 총각 그 놈이 바보 온달 같어. 기운이 세고 여전 장수 같어. 그렇게는 처녀는 알던게비지. 그렁게 시집을 글루 갈려고 그러지. 그래서 금을 팔아서 묶어서 산다고 한단 말여. 사는디, 인자 이것을 그 공주가 인자 재주를 가르칠라고 봉께, 인자 배우면 쓰지 아무 것도 몰라. 재주를 인자 가르치는데, 쬐깐한 콩을 하나 해도 놓고 큰-장독판을 인자 줌시롱, 그 콩 가지고 대자공을 쪼개라 항께는……(후략)

<바보온달과 평강 공주> 설화에서는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온달전>과 비슷한 서사구조르 지닌다. 하지만 <온달설화>에서 핵심 모티프의 하나인 ㉯단락의 ‘공주 울기’모티프가 탈락함으로 해서 필연적으로 ㉰단락에서 변이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공주가 직접 자신의 배우자로 온달을 선택하게 되고, <온달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티프들이 첨가되어 부분적으로 흥미롭게 구술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화자가 공주와 관련된 단락을 위주로 하여 이야기를 구술하다 보니 온달과 관련된 부분들은 축약되거나 망각된 상태이다.

이러한 예는 비단 <온달전>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설화는 구전된다는 특성으로 말미암아 보존과 전달 상태가 가변적이다. 그러므로 한 유형의 이야기일지라도 사람에 따라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화자는 자신이 이전에 들은 설화의 구조를 기억하고 이를 다시 기억해 내는 과정에서 설화를 재생산해 내게 된다. 이때에도 화자가 최초 인식한 이야기의 구조는 기억에 남아 있어 이 이야기의 구조가 결국 설화를 구비, 전승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1. 견훤 탄생 설화의 경우 국내에만 이와 유사한 유형의 각편이 150여편이 조사되어 있고, 심지어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한 각편이 100여편 존재하는 것으로 연구되어 있다. [본문으로]
  2. 최운식 외, 『설화ㆍ고소설 교육론』, 민속원, 2002. [본문으로]
  3. 이영수, 「한국 설화 연구」, 한국학술정보(주), 2008.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