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형 외, <국어교육학과 사고> 국어과 교재와 사고력 요약

1. 국어과 교재의 본질

 

교재란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업 과정에서 동원하는 일체의 자료를 가리킨다. 이러한 자료들은 교수-학습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고, 교육과정의 내용을 담으며 교사와 학습자가 지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일 때 교재로써 작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교재’하면 곧 교과서를 뜻했고, 교과서는 모범적인 글들을 모아놓은 자료집으로 이해되어 왔다. 하지만 사고 중심의 국어교육관을 취한다면 교과서의 성격도 “언어와 관련하여 학급자의 다양한 사고 및 활동을 자극하고 안내하는 교과서”로 바뀔 것이다. 이러한 사고 활동 자극을 하는 교재는 문자 교재-일반 적인 교과서- 뿐만 아니라, 음반, 그림, 지도, 사진, 영화, 비디오, 애니메이션과 같은 비 문자 교재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교재가 기본적으로 명문 중심의 훈고주석(訓詁註釋)식 수업을 염두에 두고 짜여 졌다면, 사고력 중심 교육에서는 논리적ㆍ비판적ㆍ창의적 사고를 자극할 수 있는 자료와 활동 중심으로 짜여 지게 된다. 즉, 교재는 ‘목표점으로서의’ 자료가 아니라 ‘출발점으로서의’ 자료가 된다. 그것은 바로 교재가 학습자에게 언어적 자극을 가하고 문제를 던짐으로써 사고를 촉진시킨다는 뜻이다. 즉, 사고 중심 국어과 교재는 국어 활동의 구체적인 국면을 보여줌으로써 원리를 제공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했을 때 사고 중심 국어과 교재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했을 때 사고 중심 국어과 교재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① 개방형 학습이 가능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② 망구조에 따른 비선형 학습이 가능하도록 구성한다.

③ 모둠 학습이나 개별 학습을 염두에 두고 구성한다.

④ 학습과제를 학습자가 선택해서 하는 자기 주도 학습을 강조한다.

⑤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언어활동 중심으로 구성한다.

⑥ 총체적 언어 학습과 범교과적 활동을 강조한다.

⑦ 유연성과 융통성을 지닐 수 있도록 구성한다.

⑧ 비판적ㆍ창의적 사고를 강조한다.

⑨ 다양한 매체가 사용된다.

 

2. 국어과 교재의 구성과 활용

 

1) 교재 구성의 원리와 방법

국어 교재는 국어 현상의 특성을 보여주는 학습용 기본 자료(문자나 음성으로 구현된 언어 자료, 시ㆍ청각 자료, 영화ㆍ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원고지나 빈칸 등의 학습 활동용 자료, 학습 안내 및 설명 자료로 구성된다. 이 중 학습 안내 및 설명 자료는 교수-학습 방향을 직접 지시한다는 점에서 교재 구성상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4차 교육과정까지의 교과서가 ‘국어’라는 이름 아래 읽기 자료집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면, 5차는 기능 중심으로 내용 해설서에 가까워지고, 6차와 7차는 학습 안내서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 좋은 교재라면 이들 요소들을 목표 중심으로 적절히 취사선택하고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 위에 국어 교재를 구성할 때 고려해야 할 원리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이러한 국어과 교재를 구성할 때 고려해야 할 원리는 다음의 네 가지와 같다.

 

① 적합성 원리 :	윤리적ㆍ사회적 기준에서 학교 교육을 위한 자료로서 적합한지에 관한 문제이다.
② 적절성 원리 :	언어적ㆍ심리적 기준에서 학습자의 발달 수준과 취향, 요구, 사전 경험에 적절한지를 따져 볼 수 있다.
③ 효율성 원리 :	같은 시간을 투입하더라도 교수 효과가 높아야 한다.
④ 정당성 원리 :	학문적ㆍ교육과정 기준에서 국어 교재에 담은 내용이 객관적으로 진실이고 가치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교재는 구성의 기본 원리에 따라 그것들을 재해석하고 조직해야 하는데 그에 따라 몇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단원(Unit)으로 부른다. 단원을 구성할 때는 일정한 방향성과 원리를 갖추어야 하는바, 그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단원은 단위 학습이 이루어지는 최대 단위로서, 교수와 학습을 위한 일체의 활동들은 단원 목표 아래 통합된다. 단원 실라버스를 구성할 때에는 일정한 방향성과 원리를 갖추어야 하는바, 그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과제 기반 구성으로, 텍스트와 관련하여 학습자가 수행, 또는 해결해야 할 과제를 기준으로 구성하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정차 중심 구성(교수-학습의 절차를 상세하게 구조화한다)과 활동 중심 구성(각 단위마다 학습자가 수행해야 할 활동 중심으로 구조화한다), 반응 중심 구성(텍스트에 대한 학습자의 반응을 예상하여, 각각의 반응에 따라 후속 활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구조화한다)이 있을 수 있다. 둘째는 능력 기반 구성으로, 텍스트와 관련하여 학습자가 습득, 혹은 숙달해야 할 능력을 기준으로 구성하는 방안이며 셋째는 텍스트 기반 구성으로, 텍스트의 내용과 형식적 구조를 기준으로 구성하는 방안이다. 교재 구성의 이러한 원리는 국어교육의 철학 및 학습자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된다.

 

2) 교과서의 재구성과 활용 원리

국어 수업은 교사의 언어관 및 국어교육관, 학습자의 사전 지식 및 선수 학습 정도, 수업의 사회ㆍ문화적 배경 등에 따라 다양하게 실현되는데, 사전에 제공되는 교과서로서는 그에 따른 요구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과서 분석과 재구성이 필요하다. 교과서의 재구성은 구체적으로 교수-학습 자료의 재구성과 교수-학습 과정의 재구성이라는 두 측면으로 자료의 재구성과 과정의 재구성은 밀접하게 연관된 가운데 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실제 수업 과정에서 국어과 교재는 교수-학습의 이론과 모형, 그리고 언어활동의 영역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투입된다. 어떤 수업 형태를 취하느냐에 따라 교재의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나아가 국어과의 여러 수업 모형에 따라, 교수-학습의 단계에 따라, 언어 형식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교재를 활용할 수 있다.

국어과 교재의 활용에 관해 논의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첫째는 ‘교육적 의사소통의 매체로서의 교제’라는 관점을 일관되게 취하는 일이며 둘째는 언어 형식에 따라, 또는 같은 형식 내에서도 텍스트 구조에 다라 교수-학습 과정과 전략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셋째는 국어과 수업 모형과 교재 모형이 상동성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며 넷째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3. 국어과 교재의 메타적 점검

 

1) 교재 평가의 기준과 국어 교과서의 변화

교재 평가는 교육 목적과 교육과정에 비추어 그 타당성과 효용성을 검증하는 일인데, 이에 대한 준거는 기본적으로 교재가 갖추어야 할 조건과 기능인 “목표 구현성, 학습의 효용성, 학습의 절차성, 교육적 적합성, 지면의 조화성”에서 온다. 국어 교재는 형식과 내용을 중심으로 평가할 수 있는바, 국어과의 고유성은 내용 측면에서 드러난다. 내용상의 기준은 교육과정, 단원 설정과 배열, 제재 선정과 학습 활동 설계, 보조 자료/장치, 평가의 효용성과 연관된다.

국어 교과서는 국어교육의 이론이 정교화 함에 따라 점점 체계적으로 발전해 왔다. 그 기본 방향은 언어 자료의 내용과 형식의 다양화, 학습자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제재 선정, 학습의 효율성 및 영역 간 통합성과 학년 간 계열성을 고려하는 조직, 교수-학습 방법의 체계적 제시, 학습 의욕과 흥미를 고취할 수 있는 자기 주도적 교과서 추구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의 교과서가 학습자의 사고력을 자극, 신장시키는 데 충분한가 하는 점이다. 특히 ‘국어’라는 교과명에 얽매여서 사고와 문화 요소를 포용하지 못하는 면도 보인다. 따라서 교실 수준에서 재구성하는 교재는 그 부분을 보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2) 사고력 중심 교재에 관한 전망

지금까지 국어과 교재는 교과서 중심으로 개발돼 왔고, 자습서나 참고서, 학습지와 같은 보조 교재들이 교과서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들 교재들은 모두 문자 교재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고, 언어 이해의 측면만을 다룰 수 있는 것들이다. 말하자면 문자를 넘어서는 통합적 언어활동이나, 말하기․쓰기와 같은 표현 교육을 위한 교재가 부족했던 것이다. 사고력을 염두에 둔 교재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경향은 크게 보아 닫힌 교재관에서 열린 교재관으로, 문자 교재에서 멀티미디어 교재로, 교사 중심 교재에서 학습자 중심 교재로의 변화를 의도하는 견해이다. 이와 같은 경향은 자연스럽게 국어 교재 개념 범주의 확장으로 이어지는데 가장 일반적인 외적 형태의 변화보다 더 영향력이 큰 것이 매체의 확장이다. 나아가 매체의 확장은 단순한 교재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교수-학습 및 평가 방법과, 나아가서 교육과정 자체를 변화시키는 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사고력 중심 교재는 국어과의 큰 방향을 구현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기존의 제재 중심(text-based) 교재가 아니라 상호 활동(inter-actual) 중심 교재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만들어진 교재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선택, 변형하고 새롭게 만들어가는 교재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개별화 학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변화는 아마도 내용의 확장이 될 것이다. 듣기․말하기․읽기․쓰기에 한정된 의사소통 중심 접근법에서 사고 전략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사고 중심 접근법으로의 면화가 그것이다. 또한 교육과 유희를 결합한 Edutainment 개념도 계속 확장될 것이다. 사고력 주심의 교재는 내용, 방법, 매체, 투입 전략 등의 측면에서 다양성과 창의성, 실제성, 흥미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미래 지향적인 국어 교재는 개방형, 비선형적 복합 구조, 개별 학습과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한 체제, 생활 중심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언어활동의 총체성과 범교과성을 구현하고, 다양한 자료와 매체를 수용하며, 비판적․창의적 사고를 중심으로 한 고급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