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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만난 세계/15.08.05-15.08.08 대만

푸퉁푸퉁 타이완 셋째날(08/07) 여행기 - 딩타이펑, 딴수이, 라오지에

by 영혼의환 2015. 8. 23.

1. 브런치는 딩타이펑에서 딤섬과 함께

셋째날 아침이 밝았다. 전날 만난 한국인 분과 셋째날은 종일 같이 다니게 되었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먹는 즐거움! 특히 대만의 명물 딤섬을 안 먹고 어찌 대만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셋째날의 시작은 딤섬과 함께 하기로 했다. 어젯밤 늦게까지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아침부터 움직이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딩타이펑 신이점이 문을 여는 시간인 10시에 딤섬을 먹기로 했다. 9시 50분에 한국인 분과 똥먼역 5번 출구에서 만나 딩타이펑으로 향했다.


딩타이펑 신이점(용캉지에에 위치) 입구에서 보이는 타이베이 101 빌딩


정갈한 상차림

딩타이펑에서 식사하는 내내 우롱차가 무한 리필되었다. 차를 많이 마셨다 싶으면 어디선가 종업원이 달려와 차를 따라주고 간다. 딤섬을 먹으면서 차는 엄청나게 많이 마셨다. 중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이다보니 조금은 기름지다고 느낄 수 있는데, 이때 차를 마시면 입 안이 개운해진다.


우리가 시킨 메뉴들

샤오롱빠오 5개, 샤러우쩡쟈오 5개, 샤런딴차오판, 콩신차이. 두 사람이 이렇게 시키니 아주 배부르게 잘 먹을 수 있었다.


샤러우쩡쟈오(새우 찐만두)

딤섬의 위는 작은 통새우, 속은 고기 육즙이 가득하다. 각종 가이드북에선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했지만, 음식 사진을 찍는 한국인의 신성한 의식을 행하고 보니 에어컨 바람에 먹기 딱 좋게 식어 있었다.


샤오롱빠오

그 유명한 샤오롱빠오. 아직 낙후한 대구(?)에는 딩타이펑 한국 지점이 없어서 난 모르겠지만, 같이 있던 한국분 말로는 한국 지점보다 맛이 풍부하다고 한다.


샤런딴차오판(새우계란볶음밥)

어릴 때 중국집에서 먹던 새우볶음밥의 맛. 고슬고슬한 밥과 통새우가 입 안에서 터지는 맛이 일품이었다.


콩신차이(공심채)

무간도에서 저걸 먹는 장면을 보고 입맛을 다셨던 기억이 난다. 직접 먹어보니... 우리나라처럼 참기름으로 무친 것이 아니라, 기름에 볶은 것이었다. 상당히 느끼했다. 하나 재미있던 건,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종업원이 콩신차이와 다른 반찬을 다지고 와선 추가 주문을 원하냐고 묻는 것이다. 반찬도 돈 주고 사먹는 대만이다보니 이렇게 적극적으로 반찬을 팔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딩타이펑 신이점 내부의 모습

딩타이펑 신이점은 총 4층이고, 각 층은 상당히 좁은 공간이었다. 일찍 오길 참 잘 했다. 밥을 다 먹고 나갈 때 딩타이펑은 안과 밖 모두 사람이 와글와글했다.


2. 망고 스무시, 또 가다.

첫날 저녁 나는 망고 스무시에서 이미 망고 빙수를 먹었다. 그러나 그게 꽤 맛있더란 말이지. 그리고 한국인 분은 아직 망고스무시에서 빙수를 못 먹었고... 그래서 어차피 용캉지에에 온 김에 다시 망고스무시로 향했다. 특히 망고스무시에 도착하니 대만 특유의 날씨대로 굵은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엔 2층 매장으로 올라가 주문했다. 망고스무시 용캉지에점 2층은 1층 주문대를 바라 볼 때 건물 오른편에 있다. 재미있는 점은, 야외에서 먹을 사람은 1층에서만 주문, 2층에서 먹을 사람은 2층에서만 주문 가능하다. 주문한 걸 가지고 다른 층으로 옮겨갈 수는 없다.


과일 파라다이스 빙수 1


과일 파라다이스 빙수 2


망고 스무시에서 비를 피하고, 빙수를 먹고는 딴수이를 향해 이동했다. 딴수이로 이동하기 전에 일행의 유스 트래블 카드를 구하기 위해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에 들렀다.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은 정말 미로같은 구조였고, 거기서 길을 조금 헤맸다. 하지만 세상에 길을 잃는 것은 없지 않는가? 길은 잃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란 마음가짐으로 경찰에게 물어 관광객 안내소에서 유스 트래블 카드를 발급 받았다.


타이베인 메인스테이션에 전시된 기차 앞에서 한 컷 


3. 말 할 수 없는 비밀. 딴수이 - 진리 대학, 담강 중학

딴수이 역의 모습

딴수이로 향하는 MRT를 타고 달리다보면 어느순간, 지하철은 지상을 달리고 있다. 지상을 달리는 지하철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하면 지하로 달리던 전철이 지상을 달리는 지 모르겠지만, 딴수이에 도착하면 아예 전철은 역 2층에 선다. 뭐지??? 뭐지??? 


딴수이역의 1번 출구

딴수이 역은 1, 2번 두 개의 출구가 있다. 영화 <말 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인 담강중학. 그리고 홍마오청, 진리 대학이 있는 구역으로 가기 위해선 2번 출구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진리대학

대만 최초의 대학인 진리대학. 영국인 선교사 일행이 만든 학교여서 이곳은 '옥스퍼드 칼리지'라고도 불린다.


진리대학 안의 풍경


옥스퍼드 칼리지

사진에 보이는 건물이 진리 대학의 최초의 건물이다. 저 안에는 진리 대학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옥스퍼드 칼리지 역사관

딴수이의 열대 나무와 온대 나무

딴수이를 아름답게 꾸며주는 것 중 하나는 저런 열대 나무와 온대 나무의 조화이다. 절대 같이 자랄 수 없을 것 같은 두 지역의 나무가 한 곳에 섞여 있는 것만으로도 이곳은 아름답다.


담강 중학 입구

아쉽게도 담강 중학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교내 행사가 있는지, 교문에는 당분간 관광객의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몰래 들어가려면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내 어찌 교육자 중 한 사람으로서 다른 학교의 교육 활동을 방해한단 말이오!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발걸음을 돌렸다.


담 밖에서 찍은 담강 중학의 모습


담강 중학에서 내려오는 길 


4. 홍마오청

담강 중학, 진리대학으로 올라가는 길 왼편으로 따라가면 스페인이 처음 요새로 만들었고, 이후 영국 영사관저로 사용된 홍마오청이 나온다. 아쉽게도 우리가 갔을 땐 홍마오청 중 Port San Domingo 외부는 보수 공사 중이었다.


외부 공사 중인 산 도밍고 요새


홍마오청


홍마오청에서 보이는 "빠리"

홍마오청의 아치형 창 밖으로 "빠리"가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이번 루트에 빠리는 없다. 오히려 홍마오청까지 돌아보곤 체력이 방전되었다. 높은 온도와 습도 덕분에 내가 입은 회색 티셔츠는 이미 진회색이 되었고, 홍마오청 안에서 에어컨을 발견하곤 거기 앞에 서선 움직일 줄을 몰랐다. 여름 대만은 분명 매력적이다. 수시로 내리는 소나기마저 기분 좋게 느끼게 할 만큼 매력적인 나라다. 하지만, 이 습도만큼은 대프리카 사람인 나도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긴... 대프리카에 살아도 가장 더운 시간엔 시원하게 에어컨 나오는 실내에만 있었으니... 이런 온도, 이런 습도에 밖에서 활동하는 것은 군 시절 이후 처음이었다. 결국 쉴 곳을 찾아 홍마오청을 나왔다.


홍마오청을 나와 사 먹은 망고 슬러시


홍마오청 앞 버스 정류장에 위치한 망고 슬러시 카페


5. 딴수이 라오지에

망고 슬러시로 기력을 되찾은 우리는 딴수이 라오지에로 향했다. 딴수이 라오지에는 딴수이 MRT역 근처에 있다. 하지만 처음엔 위치를 못 찾아 길을 헤맸다. 그날따라 아이폰의 GPS는 우리 위치를 엉뚱한 곳으로 잡기 일쑤였다. 결국 딴수이역 근처에서 아들과 함께 놀고 있던 아저씨에게 길을 물었다. 처음엔 우리 발음의 문제로 "라오허지"로 가는 길을 알려주신 아저씨. 우리가 거기가 아니라고하자, 그제야 우리가 "라오지에"를 찾고 있음을 아셨다. 그리고... 허무하게도 라오지에는 우리 바로 뒤에 있었다. (-_-;) 어째든 자기 휴대폰으로 MRT홈페이지까지 들어가 "라오허지"로 가는 길을 찾아주신 아저씨, 감사합니다. 이 아저씨처럼 대만 사람들은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너무나 친절했다. 대만을 다녀온 사람들이 꼽는 대만의 매력 중 하나가 대만 사람들이다. 그건 진실이다. 그들은 정말 친절하고, 한국을 좋아한다.


라오지에 입구의 신기한 전시관

유원지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신기한 체험관이 라오지에로 들어선 우리를 반긴다.


라오지에에서 사먹은 음식

이름을 알 수 없는 음식. 분명 어디 가이드북에서 본 기억은 나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두부로 만든 피 안엔 당면과 고기가 들어 있다. 전체적으로 맛있었지만, 단 맛이 강해서 어느정도 먹으니 좀 물리는 느낌이 있었다.


딴수이 라오지에에서 만난 귀여운 쿠키


라오지에의 절

딴수이 라오지에로 온 이유 중 하나는 "대형 카스테라" 때문이다. 나같은 빵돌이가 대형 카스테라를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대형 카스테라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라오지에의 절. 이름도 모를 절이지만, 한번 들어가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절과는 다르게, 화려한 지붕 장식




절 안에서는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의 가이드 얘기를 귀동냥해서 중국인의 불교 풍습에 대해 들었다. 우리가 홍콩 영화에서 보는, 불상 앞에서 향 세 개를 이마에 대로 세 번 고개를 숙이는 행동의 의미, 그들이 불상 앞에서 저포 놀이를 하듯 점을 보는 방법. 내 짧은 일본어 실력 덕분에 어려운 말들은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어째든 대만인들은 인구의 70% 정도가 불교 신자이고, 상당히 자기중심적으로 불교를 믿는 성향이 강했다.


드디어 찾은 대형 카스테라집. 그리고 길게 늘어선 줄.


대형 카스테라를 만드는 모습

카스테라집은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거의 한시간을 기다려서야 카스테라 앞에 도착했다.


거대한 카스테라를 들어올리는 쇼맨십!

카스테라 제빵사는 무표정한 얼굴로도 쇼맨십이 넘쳤다. 그는 그냥 뒤집어도 되는 카스테라 판을 굳이 머리 위로 번쩍 치켜들었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동작을 멈추었다. 그의 동작 하나하나엔 사진 찍을 타이밍을 기다려주는 여유가 넘쳤다.


70cm 자를 대고 자르는 대형 카스테라의 위엄


더블 치즈 카스테라

대형 카스테라에는 딱 두 개의 메뉴만 있다. 오리지널 카스테라. 더블 치즈 카스테라. 카스테라 한 판이 나오면 거기서 더블 치즈 다섯개, 오리지널 다섯개로 자른다. 나는 더 기다리기 싫어서 더블 치즈를 택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먹기 전 사진을 찍는 걸 잊을 정도로!!! 입에 넣는 순간 살살살살살 넉는 그 맛이란! 빵순이, 빵돌이들에게는 이 대형 카스테라를 먹는 것 만으로도 딴수이는 충분히 값어치를 했다.


문 닫은 보로킹

대형 카스테라로 배를 채우고 그 다음으론 소보로빵에 버터를 바른 소보로를 먹으러 갔다. 하지만, 어쩐지 가게는 찾을 수가 없었고, 결국 세 사람에게 물었지만 아무도 소보로빵집의 위치를 몰랐다. 알고보니, 버터 바른 소보로를 파는 "보로킹"은 그 날 문을 닫은 것이었다. 가는 날이 장 날이라더니! 아쉽지만... 이제 타이베이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강 너머로 보이는 빠리. 그리고 태풍을 알리는 먹구름

라오지에를 나와 딴수이 강가를 걸었다. 주변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해가 질 때가 되어서도 있겠지만, 그것보단 먹구름의 영향이 컸다. 태풍 사우르델론이 이제 다가왔음을 하늘이 알려주고 있었다.


딴수이 강가. 그리고 구름이 잔뜩 낀 하늘

강가 길을 따라 늘어선 상점들은 서둘러 문을 닫고 있었다. 이때 알았어야 했다. 내일 얼마나 대단한 것이 나타날 지를... 하지만 아직 우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이곳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만 바빴다. 이제와 생각하면 미쳤지...


딴수이 라오지에의 입구


지상 2층을 달리는 딴수이 지하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