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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드 오퍼스>(Mr. Holland's Opus)

by 영혼의환 2010. 5. 4.

영화 홀랜드 오퍼스 (Mr. Holland's Opus)


처음 이 영화를 본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명화 감상반’이었던 나는 담당 선생님의 추천으로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마치고 교실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다 본 우리의 감상은 “재미있다. 수련회에서 보면 딱 맞겠다.” 이 정도였다. 우리는 이 영화보단 매트릭스를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더 컸다. 영화가 끝나고 선생님이 첨언하셨다. “너희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교육 현장에 있는 나에게는 꽤 가슴에 와 닿는 영화였다.” 기억컨대, 그 선생님은 시(詩) 교육에 열성적이었던 국어선생님이셨다.

그 이후로도 홀랜드 오퍼스는 내 기억 한켠에 계속 자리잡고 있었다. 감미로운 음악들, 잔잔한 감동, 포레스트 검프같은 한 인간의 이야기, 사회의 변화, 희곡적인 요소들등 영화자체만으로도 뛰어난 작품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영화적인 이야기말고 교육적인 의미에서 이 영화를 생각하게 되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 교사란 어떤 존재인가에 관한 이야기,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등 영화는 많은 것을 홀랜드 선생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에서 교장은 교직에 대한 열정이 없는 홀랜드 선생에게 교사에겐 두 가지 임무가 있다고 말한다. 한가진 지식을 전달하는 것, 다른 한가진 학생들에게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홀랜드에게 교사라는 것은 작곡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그런 그에게는 가르침에 대한 열정도 나침반으로의 열정도 부족하다. 그는 스스로는 지식 전달에는 충실했다고 항변하지만 그것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그의 학생들은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 왜일까? 그것은 단순히 그의 교육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홀랜드 선생은 열정이 부족했다. 그는 자신이 학생들에게 어떤 나침반이 되는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가르치는 음악이 학생들의 인생에서 어떤 나침반의 역할을 할 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직업으로, 학생들에게 음악 지식을 전수하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은 그의 태도를 통해서 학생들에게도 전달된다. 학생들은 그의 수업에 대해 열정이 없다. 그리고 그가 교육에 열정을 가진 순간 그것은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달된다. 수업엔 전혀 관심이 없던 학생들이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거츄드는 클라리넷과 음악을 질기는 것에 대해 배운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그의 학생들은 그를 통해 음악과 교감한다. 영화 마지막에서 마지막 연주회 전에 거츄드가 한 말을 상기해보자. “선생님은 언제나 부와 명성을 안겨줄 교향곡을 작곡하고 계셨죠. 하지만 선생님은 부자도 아니고, 다만 여기서 유명할 뿐입니다. 따라서 실패하셨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부와 명성을 앞지르는 성공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주위를 보세요. 선생님께 영향을 받은 많은 제자들입니다. 우리가 선생님의 교향곡입니다. 우리가 선생님의 작품 속 멜로디이자 음표이자 음악인 것입니다.” 그가 가르친 학생들은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 그들은 그를 통해 삶과 음악에 대해 배웠다. 그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불후의 명곡을 남겼다. 적게는 몇 백, 많게는 몇 천 개의 음표들로 구성된 30년의 세월이 걸린 교향곡An American Symphony를 완성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예술과 교감하는 것을 가르쳤다. 지식의 전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전수함을 통해 학생들이 예술과 교감하게 했다. 그래서 그는 당당하게 딘교장에게 이야기한다. “자네가 원하는 만큼 예술교과를 없앨 순 있겠지. 하지만 나중에 아이들은 뭘 읽고 쓰라는거지?” 그의 이 대사는 자막에서 단 한 줄로 압축된다. 하지만 난 이보다 더 확실한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예술이 없는 읽고 쓰기가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난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교사가 되어야할 것인가? 나침반같은 교사가 되자.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살아있는 국어를 가르치자. 예술로의 문학을 가르치자.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아이들이 국어를 사랑하게 가르치자. 그리고 당당하게 외치자. “여러분, 국어를 사랑하십시오. 문학을 사랑하십시오. 예술을 사랑하십시오. 문명을 사랑하십시오. 그것이 제가 여러분께 가르친 것의 모두입니다.” 그가 사랑한 음악과 예술은 아이들에게 전달되었고 심지어 그의 청각장애자 아들에게까지 전달되었다.

예술! 문명을 즐기는 것! 교육은 다음 세대에게 사고와 창조의 기반을 만들어주고 지금 이룩한 문명과 그 속의 예술을 향유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경험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난 영화를 통해 이 한마디를 배웠다. 그리고 지금은 이 한마디가 내가 가진 교육에 대한 생각- 거창하게 말하자면 교육 신념이 되었다.

홀랜드 선생의 교향곡은 내 교사의 길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영화가 될 것이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한마디 시어가 되어 시를 형성하길 기대하면서 홀랜드 선생에게 박수와 경의를 표한다.

대학교 2학년 때 <학급경영 및 교육행정> 강의 때 제출한 레포트.
물론, 아주 예전의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내 교육관은 그때완 많이 달라져 있다.
하지만 <홀랜드 오퍼스>란 영화의 감동은 그 때 그대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