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드라마 H2 7화를 봤습니다.
자막이 엉망이라 "차라리 내가 만들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래도 완전판 자막은 내일쯤은 되어야 나올 것 같습니다.
어째든 다시 한번 감상문입니다.
지난번에 제가 쓴 감상문의 내용도 꽤 나오니 아직 읽어 보지 않으신 분은
"우리들의 이야기"게시판 16800번 글을 참조해 주세요.^^
(은근히 홍보...;;;)
자, 지난번 6화에서 이번 화로 넘어오면서 제가 가장 주의 깊게 생각한 것은 세가지입니다.
첫째는 하루까에게 심어준 내적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전 이 갈등의 처리 여하에 따라 '무결점의 원작을 가진 드라마'의 행방이 결정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째는 연장 10회에서 히로의 부상과 패배를 어떻게 영상에 담아 내는가.
셋째는 경기에선 진 후 히로와 히까리의 대화.
이 대화는 히로의 히까리에 대한 마음이 처음으로 히까리라는 여인과 정면으로 마주대하는, 거기다가 하루까가 멀찍이서 목격하면서 더욱 심화된 갈등으로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그야말로 결말로 향하게하는 가장 큰 가교 중 하나죠.
그럼, 드라마에서 이 세가지가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요?
우선 첫번째 '116사태의 결말'! (-_-;)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원작에서는 아다치 미츠루는 히데오의 입을 빌려 116의 의미를 말합니다.
바로 만화 제목의 의미이자 자신들 이름의 의미라고요...
더불어 히까리가 비밀번호로 116을 선택한 것이 히로의 생일이기 때문인지, 히데오의 생일이기 때문인지 모호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선 이런 복선을 없애 버렸습니다.
히까리는 자기 입으로 히데오의 생일이라고 말해 버립니다.
<문제의 장면 1>
거기다가 "진짜요?"라고 묻는 하루까의 질문에 히까리는
"정말이야."라며 웃으며 대답합니다.
이건 거의 원작에 대한 확인사살입니다. (-_-;)
<문제의 확인 사살 장면>
덕분에 하루까는 자기 위치를 확실하게 잃어 버렸습니다.
이제 그녀는 단순한 덜렁이에다가 질투의 화신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게 되어 버렸습니다.
왜냐구요?
웃으면서 진짜라고 말한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히로와 너무 친밀한 행동을 한다던가...), 그 모습을 보면서 상처 받는 하루까는 사람을 안 믿는 여자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_-;)
이로써 드라마는 원작의 갈등과 대립의 미묘한 관계를 확인사살했습니다.
두번째!
시합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야마다군의 투구 폼은 전 이미 포기했기 때문에 논외로 하고...;;;
한가지 아쉬운 점은 히로가 송구한 공이 1루수의 키를 넘길 때 사운드가 삽입되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은 무슨 일이 있어도 노사운드! 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의 응원소리 때문에 산통 다 깼습니다.
혹시나해서 음소거로 이 장면을 다시 보니 분위기가 더 살았습니다.
로맨스 전문 연출가라 그런 걸까요?
승부의 순간을 표현 하는 데엔 츠츠미 유키히코씨는 수준 미달 같습니다.
<히로가 발목을 삐는 장면>
<공이 1루수의 키를 넘기는 장면. 이 장면들에서 음소거 기능이 필요했다. (-_-;)>
세번째, 히로와 히까리의 대화!
개인적으론 이번화, 아니 지금까지 방영된 부분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역시나 츠츠미 유키히코 PD! 역시나 야마다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연출과 연기력! 거기다 잔잔한 배경음악까지!
지난 리뷰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유키히코 PD는 로맨스 드라마 전문입니다. 그의 연출력은 이 장면에서 자신이 왜 로맨스의 거장인지 여실히 드러냅니다.
또한 야마다군도 억지로 분을 삭이고 눈물을 참아내면서 과거와 현재 상황이 뒤섞여 버린 히로의 감정을 충실히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야마다군의 절제된 내면 연기가 일품!>
<어이없게도 질투의 화신이 되어 버린 하루까, 두 사람을 발견하다!>
(여담이지만, 어느새 날이 환하게 밝아버렸다. (-_-;)
7화 총평.
7화는 실망의 속에서 발견한 희망이라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확인사살에 이은 흉부압박상지거상법이라고나 할까요...;;;
어째든 전 드라마의 갈등의 축 재정립을 위한 분위기 반전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고 확신합니다.
원작에 따르면 이제부턴 히로의 승부를 향한 끝없는 달리기입니다.
히까리를 '차지하기 위한' 달리기가 아니라,
히까리를 '버리기 위한' 달리기 말입니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특히나 히까리의 어머니 죽음 이후엔 이것이 분명해 집니다. 이에 대해선 나중에 제가 기회되면 제 생각을 자세하게 이야기하죠.)
드라마는 이제 4화가 남았고, 우리의 H2는 여주인공이 누군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혹시 모르죠...
야구에서 끝내기 홈런처럼 드라마도 어디선가 이건 몰랐지?하면서 깜짝 놀랄 만 한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 갈 지도...
'원작이 있는 드라마로서의 H2.★☆☆☆☆
(별 하나도 안줄까 하다가 야마다군의 연기력 때문에...;;;)
'드라마 자체로서의 H2.★★★☆☆
p.s 일본 현지에선 "H2 너와 있던 날들"의 시청률이 계속 떨어져
이젠 겨우 10%를 넘기고 있답니다.
p.s 한가지 재미난 사실은 작년 가을 츠츠미 유키히코 PD가 연출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후 일본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저조하다더군요...
유키히코PD는 이번 드라마로 시청률 구세주가 아니라 오히려 이미지만 구겼군요...
역시 구관이 명관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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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05년 2월에 작성 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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