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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만난 세계/17.01.24-17.01.28 마카오&홍콩

길을 잃었다 마카오&홍콩 여행 3일차(2부)

by 영혼의환 2017. 2. 16.

1. 매력적이었던, 트램을 타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와 헐리우드 로드를 산책한 나는 일단 숙소로 돌아가 짐을 정리해두고 저녁에 빅토리아 피크로 갈 계획을 짰다. 센트럴 역으로 가기 위해 HSBC 은행을 통과한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은 홍콩의 명물 트램!

검색해보니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트램을 타는 것이 시간은 오래 걸려도 베스트 웨스턴 호텔까지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트램 역이 호텔 바로 뒤에 위치)


<홍콩의 명물 트램!>


<트램의 선로는 트램끼리 충돌할 것처럼 딱 붙어있다>


<트램 2층의 좌석들>


<트램들은 줄 지어서 달린다.>


트램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아주 느린 속도로, 아주 천천히 홍콩의 시내 한복판을 달려갔다. 빨간 신호가 들어오면 자동차들마냥 길에 멈춰서면서. 앞서가던 트램이 멈추면 그 뒤에 바싹 붙어서면서. 바쁘게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아주 천천히. 급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창 밖에서 걷고 있는 사람들과, 2층에서 보는 홍콩의 이국적인 풍경은 내가 여행을 온 사실을 한번 더 실감하게 했다.


<트램은 전기로 달린다. 트램 선로 위엔 저런 전깃줄이 어지럽게 이어져 있다>


<2층에서도 지금 정류장이 어딘지 쉽게 알 수 있다.>


<숙소에서 바라본 홍콩의 골목길>


숙소에 도착해 방에 들어가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전날까지 묵었던 마카오 호텔의 휘황찬란함은 어디가고, 좁아터진 방 하나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하루만에 왕자에서 거지가 된 느낌.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왕자에서 거지로...>


어째든 숙소에서 짐을 정리해두고 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홍콩의 해가 저물었다. 이제 저녁을 먹고 빅토리아 피크로 올라갈 시간이었다.


2. 윙와에서 완탕면, 길을 잃었다. S02E03


지하철을 타고 완차이 역으로 가는 길은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홍콩의 퇴근시간과 겹치면서 서울 지하철 뺨 후려칠 정도의 인파들이 지하철로 쏟아져 들어왔다. 낮 시간 동안 센트럴 역 근처에서 봤던 그 수많은 넥타이 부대들이 이젠 지하철로 쏟아져 들어왔다.


<완차이 역 부근 완탕면 맛집, 윙와>


<주문서는 이렇게 테이블 아래 유리에 두는 것이 정석!>


<완탕면. 면 아래에는 완탕이 한가득!>


윙와의 완탕은 마카오의 그것보단 만두 피가 좀 더 두꺼웠다. 하지만 시장이 반찬이고, 적당히 짭쪼름한 국물과 꼬들한 면의 조화가 아주 알맞았다. 함께 제공되는 차도 맛있었다. 나는 홍콩 노인과 마주보고 앉아 완탕을 먹었다. 이제 빅토리아 피크로 갈 시간이었다.


<윙와 주변 풍경>


또 길을 잃었다. 버스 정류장을 잘못 찾아 한참을 내가 가야할 버스 정류장 반대편으로 걸었다. 그것도 모르고 버스를 탔다가 전혀 엉뚱한 곳으로 버스가 향하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부랴부랴 버스에서 내려 노선을 다시 검색했다. 처음부터 심포니 오브 라이트 시간을 피해 빅토리아 피크에 갈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졌다. 마음이 급해졌다.


<윙와에서 빅토리아 피크까진 버스로!>


<홍콩 거리의 야경>


<트램은 서울 버스처럼 도로 한복판에 정류장이 있다.>


<드디어 제대로 탄 버스! 버스 2층은 무간도에서 본 그것과 똑같았다.>


일단 가장 먼저 온 버스를 타고 빅토리아 피크 근처에서 내려 부지런히 걸었다. 언덕을 넘고 육교를 건너고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드디어 빅토리아 피크 트램 입구에 도착했다.


<너무나 반가웠던 빅토리아 피크 트램>


<엄청난 경사를 힘차게 오르던 피크 트램>


내가 갔을 땐 피크 트램 할인 행사 중이었다. 덕분에 나는 트램 왕복권과 전망대 입장권 패키지를 가이드 북에서 소개한 것보다 20%정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피크 트램을 타고 3~4분 정도를 올라가면 빅토리아 피크에 도착한다. 전망대까지는 쇼핑몰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쇼핑몰 안에는 그 유명한 밀납 인형들이 서 있다. 다만, 입장료가 있어서 난 들어가진 않았다.

<부르스 리 밀납 인형 앞에서 셀카를 찍던 중국인 아주머니>


<전망대까진 에스컬레이터로>


전망대에선 홍콩의 놀라운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좁은 땅과 많은 인구, 무역항으로의 역사와 아시아 금융 허브의 역사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도시의 야경.


<아이폰 6S 플러스로 촬영하고 라이트룸으로 보정>


<니콘 750D로 촬영하고 포토샵으로 파노라마로 만듦>


야경 사진을 찍는 명소가 있다. 전망대의 딱 코너 부분인데 여기서 중국인 청년 둘과 시비가 있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도 거기서 사진을 찍겠다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 두 청년이 한참을 자기들만 사진을 찍는게 아닌가? 언덕이라 바람은 많이 불어서 추워 죽겠지, 이 두 청년은 비킬 생각을 안 하지......

참다 참다 결국 내가 두 청년에게 비키라고 영어로 말했다. 못 알아 듣는 눈치. 나에게 오히려 뭐라뭐라 말하는 청년. 나도 좀 짜증이 나서 막 뭐라고 말했다. 그러니 내 뒤에 있던 사람들도 같이 청년들에게 뭐라하기 시작하고... 결국 두 청년은 뭐라뭐라 중국어로 꿍시렁대며 자리를 비켰다. 나는 뒷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얼른 카메라를 연사하곤 자리를 비켜줬다. 봤냐? 승리와 매너의 한국인이다! 이 중국놈들아!


<막차를 타고 내려온 피크 트램>


피크 트램을 타고 내려오니 내가 탄 트램이 막차였나보다. 직원들이 마감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전망대에서만 한 시간 정도를 있었다. 그 바람불고 추운 곳에서! 

중국 청년들... 너무 오래 버티고 있었다니까...

<사이잉풍 역 A1 출구의 커피집. 홍콩 서양인들의 맛집인지 늘 문전성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