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길을 잃었다 S01E02 콜로안 빌리지 가는 길
둘째 날의 일정은 생각보다 늦게 시작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제 너무 먹어버린 나이 때문인지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미처 블로그에는 적지 못 했지만, 전날 저녁엔 마카오의 베네시안 호텔, 내가 묵은 COD의 카지노를 가 보았다. 마카오의 모든 길은 카지노로 통한다. 카지노는 좋든 싫든 입장해야 최단거리로 건물을 통과할 수 있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전날 저녁 카지노에 들어갔다. 그리고.......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_-;) 덕분에 늦잠을 잤다.
두번째 이유는, 호텔 방이 너무 편했다. 집 침대보다 편할 정도로! 적당히 들어오는 햇살, 포근한 침대! 지금까지의 여행에서 경험한 비지니스 호텔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역시 돈의 힘은 위대하다는 걸 깨달았다. 마카오에서 최고급 호텔도 아니지만, 어째든 일반적인 호텔들보단 비싼 호텔은 그 값을 했다. 호텔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
어째든 9시 30분에 콜로안 빌리지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계획상 둘째 날의 일정은 콜로안 빌리지-코타이 카트 경기장-세계 문화 유산 지구였다. 콜로안 빌리지로 가기 위해 나는 시내버스를 타기로 했다. 역시 구글 지도는 믿을 수 없었다. 구글 지도 상에 표시된 버스 정류장보다 한참을 더 가야 버스 정류장을 찾을 수 있었다. 결국 파리지앵 호텔 건너편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호텔 파리지앵 앞의 우뚝 솟은 에펠탑. 에펠탑과 크기가 같단다.>
<버스 정류장 저 편으로 보이는 스튜디오 시티. 영화 '도둑들'에도 등장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다시 한번 길을 잃었다. 이번 여행의 테마가 어쩌다 "길을 잃었다"가 된 건지... 어째든! 각종 블로그에서는 콜로안 빌리지로 가려면 26A버스를 타라고 한다. 하지만, 파리지앵 건너편에서 버스를 탄다면 그곳의 대부분의 버스가 콜로안 빌리지로 간다. 굳이 15분이나 기다려 26A 버스를 탈 필요가 없다. 버스 정류장에 있는 노선표에서 "Vila de Coloane"이 표시된 버스를 타면 된다. -1과 -2는 콜로안 빌리지에 도착해보니 큰 의미는 없었다. 이건 뒤에서 다시 얘기하기로...
2. 콜로안 빌리지. 가장 마카오스러운 곳.
<콜로안 빌리지 버스 정류장의 "아기 천사상">
구글 지도는 "Vila de Coloane-2" 정류장으로 가려면 더 가라고 하더라. 하지만 이건 의미 없는 정보! 콜로안 빌리지 근처에서 저 작은 원형 광장과 아기 천사상이 보이면 그냥 버스에서 내리면 된다.
<귀요미 아기 천사상>
콜로안 빌리지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대부분의 카페도 문을 열지 않았다. 나는 콜로안 빌리지의 명물이라는, 로드 스토우즈 베이커리에서 아점을 겸한 에그타르트와 초코 우유를 샀다.
<로드 스토우즈 베이커리. 카페도 있지만 내가 갔을 땐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로드 스토우즈의 에그타르트. 우유의 풍미가 잘 느껴졌다.>
<로드 스토우즈에서 같이 산 초코 우유. 입맛에 맞아서 홍콩에서도 여러차례 사먹음>
<해변에서 보이는 콜로안 빌리지 광장 쪽 모습>
<콜로안 빌리지 바다 건너. 구글 지도 상으론 중국이다.>
<방파제 위에 동상처럼 가만 있던 개>
콜로안 빌리지는 한적하고 조용했다. 특히나 마카오 특유의 작은 건물들에 남유럽식 파스텔톤 건물의 색깔이 아기자기하게 배열된 것이 귀여운 동네였다. 해안가를 바라보며 일광욕을 즐기고 해안가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니 "성 프란시스코 자비에르 성당"이 보였다.
<성 프란시스코 자비에르 성당의 앞마당(?)>
<성 프란시스코 자비에르 성당. 영화 "도둑들"에도 등장>
<Hello. Any package from Korea? 혜수 누님의 한국적 발음이 돋보였던 곳>
아직 점심 시간 전이라 그런지, 성당 앞 식당가는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어차피 저 식당들은 맛이 없다니 뭐... 성당 왼편 골목으로 나는 길을 돌아갔다. 골목을 다녀야 한다. 그래야 관광지가 아닌, 그곳 사람들을 볼 수 있으니까.
<골목에서 마주친 구멍가게>
<골목에서 마주친 청과물 가게>
3. 길을 잃었다 S01E03 국제면허를 안 가져왔네;;;
콜로안 빌리지를 나와서 다음 목적지는 스튜디오 시티 호텔 옆 마카오 국제 카트 경기장이었다. 그런데 버스에 타고서야 깨달았다. 국제면허를 호텔에 두고 왔다는 것을... 국제 카트 경기장에서 카트를 타려면 여권, 국제 면허, 국내 면허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국제 면허를 안 가져왔으니... 방법이 없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야 했다.ㅠㅠ
그런데 그것도 너무 힘든 여정이었다. 국제 카트 경기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안 내리고 계속 타고 있으면 윈 팰리스 호텔 앞에 정차한다. 윈 팰리스는 COD 바로 뒷편. 쉽게 생각하고 윈 팰리스 앞에서 내렸다. 그리고 또 20분을 걸었다. 마카오의 호텔들... 더럽게 넓다;;;
4. 마카오 세계문화유산지구로 가자!
다시 한번 길을 찾아 헤매고 나니 카트 경기장으로 갈 체력이 바닥났다. 그냥 호텔 방에 앉아서 계획을 수정했다. 호텔 수영장을 갈까 생각했지만, 그건 저녁에도 가능한 일이었고, 점심을 먹자니 아직 에그타르트가 소화되기 전이었다. 그래서 카트 경기장은 쿨하게 패스하고 바로 세나두 광장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세나두 광장으로 가는 버스도 마침 COD 셔틀 버스가 있으니!
<그랜드 엠퍼러 호텔. 여기서 COD 셔틀 버스가 정차한다.>
셔틀 버스를 타고 마카오 반도로 다리를 건너갔다. 마카오 반도는 코타이와 콜로안 빌리지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건물은 분명 코타이 스트립보다 낡았지만, 사람들은 넘쳐났다. 마카오 반도에서 마카오 카지노의 전설은 시작되었고, 21세기 들어 코타이 스트립에 미국계 카지노 자본이 들어왔지만 여전히 마카오의 중심은 마카오 반도의 중국계 카지노들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카지노, 대형 빌딩, 호텔들, 그리고 사람들!
세나도 광장까지 가는 길은 구글 지도에 의존하지 않았다. 이제 구글 지도에 대한 내 신뢰도는 바닥이다. 세나도 광장까지는 관광지 표지판이 무척 잘 되어 있다. 그리고 어차피 관광객처럼 보이는 수 많은 인파에 휩쓸려 걷다보면 어차피 세나도 광장에 도착하게 된다.
<홍콩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마카오 반도>
<세나도 광장의 입구>
<세나도 광장>
<남유럽풍 건물과 중국식 등불의 기이한 공존>
<남유럽 느낌 물씬 나는 창문>
<정말 포르투갈스러운 건물. 그리고 그곳엔 지오다노 매장>
<성 도밍고스 성당>
<성 도밍고스 성당의 내부>
<성 도밍고스 성당의 내부>
<성 도밍고스 성당의 종탑>
<성 도밍고스 성당의 내부>
마카오 세계문화유산지구는 세나두 광장을 중심으로 산재한 건물들이다. 이 지역은 포르투갈 양식과 중국 양식이 결합한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별 감흥은 없었다. 사람은 너무 많았고, 옛 포르투갈풍 건물들엔 모두 상업 시설이 들어차 있었다. 사람들에 치여, 중국어에 치여 나는 성 바울 성당의 유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5. 성 바울 성당의 유적과 산책
성 바울 성당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간식으로 주빠빠오를 사먹었다. 맛은? 실망스러웠다. 퍽퍽한 돼지고기와 너무 두꺼운 빵... 하지만 배는 부르더이다.
<성 바울 성당의 유적으로 가는 길에 사 먹은 주빠빠오>
<저 멀리 보이는 성 바울 성당의 유적>
<성 바울 성당의 유적. 어떻게 딱 건물 앞면만 화재에 살아남은건지...>
<성 바울 성당의 유적 옆 골목에서 느낌있는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유적 정상에서도 보이는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의 위엄>
<유적 옆 골목의 풍경. 남유럽풍 건물과 빨래를 널어놓은 모습>
<유적 옆 나차 사원. 불의 기운을 억누르기 위한 사원이다.>
<유적 옆 나차 사원. 불의 기운을 억누르기 위한 사원이다.>
성 바울 성당의 유적 왼편에는 나차 사원이 있다. 하나님을 섬기는 성당 바로 옆에 민간 신앙의 사원이라니! 대만 여행에서도 느꼈지만, 중국인들의 신앙관은 어째든 득이 된다면 OK!라는 형식의 세속주의가 강한 것같다.
나차 사원 옆 문으로 들어가면 아주 작은 쉼터가 있다. 이곳은 그냥 동네 쉼터이다. 이곳에서 나는 현지인 할머니를 한 분 만났다. 할머님은 나에게 중국어로 뭐라 뭐라 말했고, 난 못 알아들었다. 중국어 특유의 음의 높낮이 때문에 처음엔 나에게 화를 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뭔가 환영한다는 뜻 같았다. 할머니는 자기 집을 가리키며 한번 보라고 했다.
<나차 사원 옆 할머니의 집>
할머님은 혼자 살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는 이제 혼자만 남은 집에서 낮이면 이 작은 쉼터로 나와 관광객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 삶의 마지막 낙인 것 같았다. 그녀는 내게 자신의 집을 실제로 본 관광객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구글 번역기의 힘을 빌려 집을 보여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다시 길을 나서는 내 등 뒤에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손을 흔들어주었다. 손을 흔드는 그녀는 쓸쓸하기도, 즐거워 보이기도 했다.
<산책길에 본 현지인 노부부. 나차 사원 옆 할머니도 그녀의 남편이 살아있을 때엔 이 길을 저렇게 걸었을지도 모른다.>
나차 사원을 나와 한참을 걸어 나는 이름도 모를 성당 앞에 도착했다. 마카오엔 성당이 너무도 많아 이젠 어느 성당이 어느 성당인지도 헷갈렸다. 어째든 이곳은 까모에스 공원 앞 성당!
<까모에스 공원 앞 성당에서 본 마카오 사람들의 집>
<까모에스 공원. 안에는 김대건 신부의 동상도 있다.>
공원은 평화로웠다. 공원 앞은 우리나라의 공원처럼 어르신들이 나와 장기를 두고 있었다. 공원에서 두는 장기는 본래 게임 당사자들보다 옆 사람들이 더 난리인 법! 구경꾼들이 행마를 참견하고, 상대방은 소리치는 풍경은 우리나라와 똑같았다.
<까모에스 공원 앞 벤치에서 장기 삼매경인 현지 어르신들>
6. 완탕면 먹으러 윙치케이 갑시다!
까모에스 공원을 나와 점저를 먹으러 세나두 광장으로 향했다. 이번엔 왔던 길이 아니라, 조금 돌아서 길을 가기로 했다.
<까모에스 공원 앞 가파른 오르막>
<편의점에서 사 코코넛 우유. 독특했지만, 입맛에 맞았다.>
<아주 가파른 경사가 인정적인 마카오의 언덕길>
<윙치케이. 세나도 광장 입구 왼편에 있다.>
이미 점심을 먹기엔 많이 늦은 시간이었지만 윙치케이엔 여전히 손님이 많았다. 번호표를 받고 10분 정도를 기다려 중국인 관광객들이 앉은 좌석에 합석했다. 합석 문화야 이미 대만에서 충분히 경험해 당황하지 않았다. 날 당황시킨 것은 오직 하나! 완탕면을 시켰는데 완탕이 나왔다. (-_-;)
그러나 배가 고팠기에 그냥 완탕을 먹었다. 완탕은 큼지막한 새우와 얇은 피, 짜쪼름한 국물 맛이 어우려져 정말 맛있었다.
<완탕면을 주문했는데 그냥 완탕이 나왔다.>
2부에서 계속...
'다시만난 세계 > 17.01.24-17.01.28 마카오&홍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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